21일(현지시간) 저녁, 백화점과 영화관,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초대형 쇼핑몰 워싱턴DC 인근 타이슨스 센터. 레스토랑 등에는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지만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메이시스, 삭스피프스, 로드테일러 등 백화점은 한산했다. 메이시스 매장 직원 게리 씨는 “아이쇼핑을 하는 고객들만 조금있을뿐 실제로 구매에 나서지 않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타인슨스센터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한 할인매장 티제이맥스(T.J.Maxx)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없이 쇼핑객들로 넘쳐났다. 한 블럭 옆에 자리잡은 마셜스(Marshalls)도 마찬가지였다. 길 건너편,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 계열 할인점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 매장 계산대 앞에도 고객들이 길게 늘어섰다. 계산을 마치려면 족히 10분 이상은 기다려야 했다.
백화점과 할인점을 찾는 고객숫자 차이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봄 쇼핑시즌을 맞아 메이시스(Macy’s), 콜스(Kohl’s), 노드스트롬 등 백화점들은 실적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반면 티제이맥스, 마셜스, 홈굿즈(HomeGoods) 등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그룹 티제이액스(TJX)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다른 할인점 업체 로스스토어(ROSS Store)도 연일 사상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 1분기(2~4월) 티제이액스 매출·수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7%, 10% 급증했다. 로스스토어 매출과 수익도 각각 4%, 8%가 증가했다. 1분기 실적에 힘입어 티제이액스는 올해 전체 실적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1분이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급감했다. 매출은 7.4%가 줄어든 57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실적 부진으로 메이시스는 지난해 41개 점포를 폐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메이시스는 지난해말 잡은 2016년 매출 전망치를 3~4% 추가 하향조정했다. 또 다른 백화점 콜스의 1분기 매출은 3.7% 감소, 시장이 예상했던것보다 더 많이 쪼그라들었다. 노드스트롬은 1분기 매출이 1.7% 소폭 감소했지만 수익은 64%나 급전직하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4월 미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4% 증가, 1년여만에 최대폭으로 반등한것도 할인점 매출이 급증했기때문이라는게 유통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에서는 백화점 실적은 죽을 쓰고 할인점 매출·이익은 고공행진을 하는 추세를 일회성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새롭게 자리잡은 장기 저성장 흐름이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를 기조적으로 변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주소비계층인 중장년층이 지갑에 여유가 있을때 선택했던 백화점 중고가 브랜드 선호에서 벗어나 실용적인 중저가 상품 위주로 구매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젊은 연령층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구매를 늘리면서 백화점을 외면하고 있다. 이때 할인점들이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노년층을 집중 공략대상으로 삼아 오프라인 매장을 이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켜 나간 점도 할인점 매출 확대에 일조했다.
대표적 할인점 매장인 마셜스와 홈굿즈는 아예 온라인 판매를 시행하지 않고 있고, 티제이맥스는 2013년부터 온라인 쇼핑몰을 별도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고객들의 매장 접근성을 확 높인 점도 할인점이 승승장구하는 또 다른 이유다. 티제이엑스 관계자는 “넓은 주차장을 만든뒤 고객을 끌어들이는 여타 백화점들과 달리 마셜스나 홈굿즈, 티제이맥스는 지하철역 인근이나 주택 밀집지역 등 도보이동이 편한곳에서 매장을 집중 운영하고 있다”며 “실용성을 추구하는 주부와 장거리 차량 운전이 어려운 노년층 등이 주요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회구조적 변화로 인해 백화점 실적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요 백화점들은 뒤늦게나마 매장 운영전략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매장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이다. 백화점 점포를 줄이고 별도 할인점 매장을 늘리는가 하면 백화점내에 할인점 코너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급 백화점 삭스피프스애비뉴(Saks Fifth Avenue)는 지난 해 34개 백화점 매장을 폐점하고 대신 새로운 할인점 매장 삭스오프피프스(Saks Off Fifth) 매장 18개를 개점했다. 노드스트롬은 할인점 브랜드 노드스트롬랙 매장 47개를 새로 열었다. 백화점 로드앤테일러(Lord & Taylor)는 지난해 파인드앳로드테일러(Find@Lord&Taylor)라는 이름의 할인점을 새롭게 론칭했고 콜스 역시 최근 오프아일(Off Aisle)이라는 할인점을 출범시켰다.
메이시스는 별도 할인점 매장을 설립하는 대신 백화점내에 메이시스 백스테이지(Macy’s Backstage)라는 명칭의 할인점 코너를 선보였다. 메이시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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