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EU내 24개 공용어 중 가장 널리 사용되던 영어가 그 위상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브렉시트 여파가 엉뚱하게 언어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일간 가디언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사진)이 29일로 예정된 EU 의회 연설에서 영어가 아니라 불어와 독일어로 연설할 것으로 보인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룩셈부르크 출신의 융커 위원장은 영어 불어 독일어 구사가 가능해 공식석상에서 이 세 언어를 번갈아 가며 사용해왔다.
하지만 브렉시트 후 첫 EU 의회 연설에서는 영어를 아예 선택 사항에서 미리 빼버린 것이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융커가 3개 국어로 연설을 하는 오랜 전통을 깼다”고 했다.
EU의 영어와 관련된 분위기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27일 마르가르티스 시나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정오 정례 브리핑에서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로 말문을 열었다.
EU 관리들도 이제는 영어보다 프랑스와 독일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을 인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를 공식화하기 전이라도 EU 집행위원회에서 나오는 성명서나 연설문 보도자료 등이 영어와 독일어로 작성돼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어가 EU내에서 그 위상을 쉽게 잃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EU 회원국 중에서 아일랜드와 몰타가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 영국이 빠졌다고 공용어에서 뺄 수는 없고, 범용성에서 독어와 불어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EU와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공무원·입법가·로비스트·기자 등이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는 언어 중 아직까지 영어를 대체할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시나스 대변인 지난 27일 프랑스어로 브리핑을 했을 때 이를 알아듣지 못하는 기자들도 꽤
비영어권 사람들이 소통 수단으로 불어·독어보다 영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EU 집행위원회가 불어와 독일어로 브리핑을 하게 되면 복잡한 정책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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