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협상가’ 테리사 메이 전 내무장관이 13일 영국의 새 총리로 취임하면서 유럽연합(EU) 외교가에 비상이 걸렸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외교관들은 메이 총리 등장에 벌써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기를 모르는 끈질긴 성격에 비춰볼 때 한치의 양보도 없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Brexit)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메이 총리와 EU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어 메이의 협상파트너가 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성격이나 정치적 노선까지 ‘판박이’처럼 닮아 있어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메이 총리와 메르켈 총리는 이상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다. 메르켈 총리는 협상 당사자들 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다가 행동에 나서는 용의주도한 실용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메이 총리 역시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위기가 벌어지자 뒤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한 뒤 총리직을 거머쥐었다.
영국 싱크탱크 저먼마셜플랜(GMF)의 한스 쿤드나니 외교정책 분석가는 “메르켈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마지막 순간이 돼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쿤드나니 분석가는 “메이 총리를 마거릿 대처와 비교하지만 오히려 메르켈을 더 닮았다”고 분석했다. 둘 다 실수를 범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강한 전략가들이라는 설명이다. AP통신은 앞으로 메이 총리가 메르켈처럼 합의점을 찾아가는 중도파의 면모를 보여줄 지, 아니면 보수당 내의 반(反) EU파의 강경한 입장을 반영해 우경화할 지 여부가 협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성향외에도 두사람은 조용한 외조로 아내를 총리직에까지 앉힌 남편이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메이 총리 남편 필립은 프루덴셜 포트폴리오 매니저스, 도이체 자산운용 등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1조4000억달러를 굴리는 미국계 금융사 캐피털그룹에 몸 담고 있다.
다만 메이와 메르켈은 이민자에 대한 노선에서는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 등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극우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반면 메이 총리는 내무장관 시절부터 이민자 수를 줄이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왔다.
독일의 한스-페터 프리드리히 전 내무장관은 “메이 총리는 분명한 언어로 일관된 주장을 펼치는 인물”이라며 “당연히 우리(EU) 입장에서는 버거운 협상상대가 되겠지만 영국에는 최상의 협상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 협상력은 내무장관 시절부터 이미 검증됐다. 영국 뿐 아니라 EU 회원국들조차 그녀가 ‘협상의 달인’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한 EU 관계자는 “메이 총리는 EU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사람들과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파악하고 있다”며 “항상 회의에 임할 준비가 돼 있고 정보를 알고 있다”고 묘사했다.
메이 총리가 원하는 협상결과는 EU 회원국 국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에 어느정도 제한을 가하면서도 영국이 EU라는 단일시장에 머무를 권리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반면 EU 정상들은 자유로운 이동을 단일시장 접근권의 전제로 제시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과거에도 EU와 협상하면서 ‘흑’ 아니면 ‘백’인 위기 상황에서도 절충안을 이끌어 낸
[강다영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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