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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영란은행 앞의 은행 명판 <매경DB> |
지난 주 영국이 700억파운드(약 100조원) 규모의 QE에 나서기로 하면서 마이너스 금리에 갈곳 없는 막대한 투자자금이 만기 10년이상 장기 국채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채가격이 오르면서 그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금리는 연일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2%였던 영국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9일 장중 0.56%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30년물도 역대 최저치인 1.36%로 급락했다. 영국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역시 사상 첫 1% 밑으로 내려갔고, 아일랜드 10년물도 사상 최저치(0.37%)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국채 금리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으로 영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가 악화되면 어디서든 경기부양 조치로 대규모 자금이 풀리면서 넘쳐나는 돈이 국채 매입에 흘러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안 맥카퍼티 BOE 통화정책위원은 “경기악화 신호가 나타나면 수개월내에 QE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기 국채 몸값이 높아지면서 BOE가 발표한 QE 프로그램과 이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700억파운드 규모 QE 시행에 들어간지 이틀째인 이날 BOE는 당초 목표했던 물량보다 5000만파운드 적은 11억2000만파운드어치 채권 물량을 사들이는데 그쳤다. BOE가 시중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했지만 연금펀드와 보험사들이 갖고있던 장기 채권 매도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툴 파텔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금리 책임자는 “BOE의 국채 매입 첫 시도가 실패했다는 점이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영국 금리 전략가인 제이슨 심슨도 “QE 시작 첫 주부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BOE도 우려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BOE가 앞으로 채권 매입 목표치를 채우려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큰 ‘웃돈’을 얹어줘야 할 판이다. 로열런던에셋매니지먼트의 파생상품 책임자인 대런 버스틴은 “BOE가 목표치를 5000만파운드나 못 채운데다 그나마도 시장가격보다 더 비싸게 값을 치르고서야 겨우 이 정도 물량을 확보했다”면서 “앞으로 목표치를 채우려면 연금펀드들이 덜 선호하는 채권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채 뿐만이 아니라 회사채 매입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BOE는 오는 9월부터 향후 18개월 동안 파운드화 표시 투자등급 채권을 100억파운드 어치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국채보다도 회사채 매입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핌코의 파운드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책임자인 마이크 아메이는 “영국 회사채 시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분기에 10억~20억파운드 이상 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 따르면 BOE가 매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영국 회사채 규모는 1500억파운드로 ECB의 2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BOE는 지난 4일 통화정책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국채·회사채 매입을 통한 QE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주 3일 국채 600억파운드, 회사채 100억파운드 어치를 사들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BOE는 8월에는 채권 거래가 적을 뿐더러 목표치보다 부족한 금액이 크지 않아 우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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