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금융과 자동차 등 자국 주력 산업의 유럽연합(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하기 위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수조원의 예산 분담금을 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다수의 고위 관료들과 집권 보수당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지키는 대가로 EU에 수십 억 파운드의 분담금을 내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0~2014년 영국 정부가 EU에 낸 순분담금은 연평균 71억파운드(약 9조8600억원)였다.
이같은 논의는 메이 총리가 최근 밝힌 ‘섹터별 협상’ 방안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메이 총리는 최근 ‘하드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금융·자동차·제약 등 특정 섹터에 대해서는 추가 협상을 통해 EU 단일시장에 있을 때 누리던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메이 총리가 이달 초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민자 통제를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영국 금융계에서는 ‘패스포팅(passporting) 권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돼 왔다.
패스포팅 권리란 EU의 한 회원국에서 사업 인가를 얻으면 추가 절차 없이 다른 EU 국가에서도 상품과 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영국 은행과 보험사들은 정부에 “금융업에 있어서 가장 큰 혜택은 유럽 어디에서나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것”이라며 “패스포팅 권리가 확보돼야 금융사들이 영국을 떠나는 것을 막고 영국 내 금융업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자동차 업계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영국 내 자동차 생산량의 80%는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유럽으로 향하는 물량이다. 도요타의 경우 영국 공장 연간 생산량 19만대 중 4분의 3을 EU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단일시장 접근권이 차단되고 영국산 제품에 관세가 붙을 경우 영국 자동차 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마티아스 비스만 독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영국보다는 유럽시장이 더 중요하다”며 “유럽 단일시장 접근권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BMW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영국 내 생산 설비를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담금 납부 카드가 영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EU와의 협상에서 어느정도 역할을 할 지는 미지수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3일 “‘하드 브렉시트’의 대안은 ‘노 브렉시
한편 영국 정부는 내년 3월 중으로 공식적인 브렉시트 협상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노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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