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으로 낙마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선거 불복종’의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내달 8일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사기꾼 힐러리를 당선시키기 위해 거짓 주장을 일삼고 있는 언론에 의해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또 “이번 선거는 사기꾼 힐러리를 미는 부정직하고 왜곡된 언론에 의해 완전히 조작됐다. 많은 투표소에서도 그런 조작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자 중 한명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도둑맞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의 투표소를 잘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과거 성추문과 관련해 반성보다는 언론에 대한 공격과 선거조작 의혹 제기를 선택한 것이다. 트럼프의 선거조작 의혹 제기에 지지자들은 선거 패배시 쿠데타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에 따르면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인 댄 보우맨(50)은 최근 오하이오 신시내티 유세에서 “만약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우리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 “그녀는 감옥에 가거나 총살돼야 한다”고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현실은 힐러리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고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16일 공개된 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0월10~13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힐러리가 48% 지지율을 기록해 37%에 그친 트럼프를 11%포인트 앞섰다. 제3후보를 배제한 양자 대결시 지지율도 51%대 41%로 힐러리가 트럼프를 10%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는 2차 TV토론 결과와 트럼프의 여성비하·음담패설 녹음파일의 파장이 반영된 결과다. 물론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의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가 47%의 지지율로 43%에 그친 트럼프를 4%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와 아직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선 쪽집게로 통하는 금융시장 지표 역시 금값과 유가 환율 등이 힐러리 우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일하게 주가지수만 트럼프 승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세가 힐러리로 기우는 와중에 온라인 결제서비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이 트럼프에게 거액의 기부를 약속해 주목받고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피터 틸이 트럼프 캠프와 트럼프 측 슈퍼 팩(PAC·정치활동위원회)에 125만달러(약 14억원)의 기부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트럼프 측에 정치자금을 기부한 억만장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지갑을 연 거물로는 틸이 지금까지 유일하다. 특히 잇단 막말과 성추문 파문 등으로 트럼프 캠프가 거의 좌초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기부 약속이라 더욱 이례적이란 평가다.
틸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연방대법관 후보에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로 트럼프와 친분이 깊다.
한편 NYT는 대선 전 마지막 달인 10월 모금액에서 힐러리가 트럼프를 압도했다고 전했다. 10월에 트럼프 캠프는 7500만 달러(약 854억원), 힐러리 캠프는 1억5000만달러(약 1700억
NYT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공화당 엘리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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