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동성애자 5만명 죽은 뒤 '사면'…몬타뉴 "사면아닌 사과 필요" 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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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과거 동성애 죄목으로 처벌받은 영국 남성 수만명이 죽은 뒤에야 사면을 받습니다.
영국 법무부는 20일(현지시간) 과거 한때 시행된 동성애 규제 법규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을 사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유민주당 의원인 존 샤키 경이 발의한 이번 치안범죄법 개정안(튜링법)에 따라 동성애 범죄 전력이 있는 사망자들은 자동으로 사면을 받습니다.
다만 이들의 당시 범죄사실이 현행 법규를 적용할 때에도 위법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동성애 때문에 처벌을 받은 경력이 있는 생존자들은 이미 관련 기록을 범죄 전과에서 지워달라고 개별적으로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들 생존자도 내무부가 당시 범죄사실이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자동으로 사면을 받습니다.
과거 동성애 처벌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6만5천 명에 달하며, 현재까지 살아있는 사람은 1만5천 명으로 집계됩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일반 사면 요구는 수학자 앨런 튜링이 2013년 사후 사면된 이후 꾸준히 높아져 왔습니다.
지난해 시작된 청원 운동에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튜링을 연기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비롯한 64만 명이 서명했습니다.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암호기 '에니그마'를 해독해 종전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1951년 동성애 행위로 체포된 후 화학적 거세 치료 등의 논란 속에 1954년에 41살의 나이에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자살했습니다.
그는 사망한 지 거의 60년이 흐른 지난 2013년에야 영국 왕실로부터 따로 사후 사면을 받았습니다.
동성애 행위로 처벌을 받은 뒤 범죄 전과자로 숨진 또 다른 저명인사로는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와일드도 1895년 동성애 혐의로 2년의 노동형을 선고받았으나 법무부가 사면자 명단을 밝히지 않아 대상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샘 지이마 법무부 차관은 "지금은 더는 범죄가 아닌 역사적 성범죄자들을 사면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잉글랜드는 21세 이상 남성 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을 1967년에 폐기했으며 스코틀랜드는 1980년, 북아일랜드는 1982년까지 이 법이 존재했습니다.
이번에 개정되는 튜링 법도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많은 동성애 활동가들은 이번 사면 조치를 환영했으나 일부에서는 잘못된 법에 대한 진솔한 사과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1974년에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조지 몬타뉴(94)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나는 아무 죄가 없다"며 "사면을 받아들이는 것은 죄를 지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
또 "앨런 튜링을 사면한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남자를 사랑하도록 태어났을 뿐, 그가 (용서받아야 할) 무슨 죄를 지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몬타뉴는 "나는 오직 잘못된 시대에 잘못된 곳에 있었다는 게 유죄일 뿐"이라며 "사과를 받는다면 사면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