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퀘이트(Trump-Quake)’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 8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이 유력시 되자 내놓은 헤드라인이다.
글로벌 미디어와 지도자들도 예상밖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미 대통령 선거가 자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미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각국 외교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어느 선거보다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특히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이번 미 대선에서 힐러리 후보가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의 소원과는 180도 달리 나왔다. ‘브렉시트’로 큰 지진과 같은 상황을 맞아야 했던 유럽의 지도자와 언론은 선거 결과에 즉각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트럼프발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한 표정이다.
실제 스웨덴 총리를 역임한 칼 빌트는 그의 트위터 계정에 “올해는 서방 세계에 ‘이중 재단(Double Disaster)’를 맞는 해가 됐다. 이제 미국에서 벌어지는 브렉시트 2.0 시대가 오게 됐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신이여 미국을 구하소서 (God Save America)’라는 헤드라인으로 미국 대선 결과가 영국은 물론 유럽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대선 개표 과정이 ‘미국 대선 악몽 (US Presidential Nightmare)’라며 아픈 심정을 표현했다.
미국 경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 오세아니아 지역 언론도 대체적으로 ‘악몽과 같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호주 퀸즈랜드의 지역언론 더코리어 메일(The Courier Mail)은 트럼프의 당선이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트럼프 슬럼프(Trump Slump)’란 해드라인을 달았다.
뉴질랜드의 유력 언론인 ZH헤럴드는 “미국인이여. 이제 당신들은 안된다(Dear America, No you Can’t).”라는 리드를 잡고 심정을 표현했다. 버락 오바마가 지난 2008년 대선 캠페인에서 썼던 ‘예스 위 캔(Yes We Can)’을 풍자한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는 캐나다에서는 공식 이민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였다.
“트럼프가 되면 이민가겠다”는 미국인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이 가시화 되자 캐나다 이민국(CIC)이 운영하는 공식 웹사이트가 한때 마미비가 됐다. 이 사이트는 캐나다 이주나 시민권 신청을 안내하는 곳으로, 이는 각종 막말과 논란으로 점철됐던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절망해 아예 미국을 떠날 가능성을 타진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 미국은 물론이고 캐나다, 아시아 사용자들도 접속 불가 상태를 겪고 있다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찰떡 궁합’을 과시했던 러시아는 환호했다. 러시아에 적대적인 서방 지도자와 달리 트럼프는 러시아를 치켜세우는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로 막다른 골목까지 몰렸던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으로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는 러시아와 더 긴밀하고 깊이 있는 수준의 관계로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 같은 발언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왔다.
실제로 트럼프는 미국의 대러 외교정책 수정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지난달 4월 트럼프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강경 일변도였다”며 “러시아와의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가장 민감한 문제인 크람반도에 대해서도 “크림반도 사람들은 차라리 러시아에 속해 있는 것을 선호한다”며 두둔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브로맨스’도 익히 잘 알려져있다.
작년 12월 푸틴은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특출 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재능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자기 나라 안팎에서 매우 존경 받는 분에게 그런 칭찬을 받는 것은 언제나 대단한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해킹 사건을 둘러싸고 러시아 배후설을 제기한 힐러리
반이민 등의 주장에서 트럼프와 뜻을 같이하는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는 그의 트위터에 “새로운 미국 대통령을 축하한다. 트럼프는 미국인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며 환호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 서울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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