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브레이크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도날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지속돼 온 강달러 기조에 대해 중국이 팔짱끼고 구경만 하는 모양새다. 취임 100일내에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진영에 대해 “중국은 환율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환율 전쟁 때문에 한국 경제 변동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다시 위안화 가치를 절하했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이날 기준환율을 달러당 6.8692위안으로 고시, 전날에 비해 위안화 가치를 0.15% 절하했다. 벌써 10거래일 연속 절하로, 올해 들어 최장 기록이다. 1년 전과 비교해 위안화 가치는 달러대비 10% 절하돼 2008년 6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추가하락에 무게를 두고있다. 이미 전문가들의 연말 예상치인 달러당 6.8위안이 무너진 가운데 일각에선 연내 달러당 7위안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위안화는 절상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시장은 당초 전망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직접적 이유는 인민은행의 수수방관이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결정 직후에는 신속한 시장안정화 대책을 내놨던 인민은행이 미국 대선 이후 위안화 약세 국면에선 전혀 시장 개입을 하지않고 있다.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3대 요건 가운데 하나인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에 중국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많다. 이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은 마음놓고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중장기 전망이 불안하다는 점도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중국내 부동산 거품붕괴 우려와 성장률 둔화가 자본 유출로 이어져 위안화가 급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중국 외환보유액은 전달과 비교해 400억달러 넘게 줄어 연중최저인 3조 1200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위안화와 연동성이 높은 한국 원화의 절하폭도 컸다.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되기 전날인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아시아 주요 신흥국 8개국의 환율 변동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 원화 절하폭은 말레이시아 링깃화에 이어 두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달러당 원화값은 1175.90원에 마감돼 미 대선 전인 8일에 비해 3%나 떨어졌다.
하지만 내년 1월 트럼프 취임이후 환율 흐름이 정반대로 급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세종 = 조시영 기자 / 서울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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