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업계의 대목인 내달 중국 춘제(春節 음력설) 연휴 기간 중국인 600만명이 해외여행에 나서고, 이들의 해외소비 규모가 1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한국여행 선호도가 급락해 국내 호텔과 백화점 등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16일 관영 CCTV는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립의 ‘2017 춘제여행 빅데이터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최근 위안화 절하는 해외여행객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항공사 예매상황 등을 토대로 1월말 춘제기간 중국인 600만명이 해외로 나가 평균 9.2일간 머물며 총 1000억위안(약 17조원)을 소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매년 춘제 연휴기간 중국인의 해외 여행이 증가하고 이들의 폭풍구매도 여전해 올해 사상 최고의 쇼핑액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춘제기간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태국, 일본, 미국, 싱가포르 순서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서 3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호주,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7위에 머물렀다. 미국행 단체여행상품 수요는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증가해 지난해보다 가격이 10~15% 정도 오른 반면, 한국행 단체여행 상품은 오히려 평균 10% 이상 떨어졌다.
이같은 변화는 미국 호주 등지로 직항편이 증가한데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여행을 규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남방항공은 이달 들어 광저우와 호주 애들레이드를 연결하는 직항노선을 개설했고 하이난항공은 지난 2일 중국 항공사 최초로 미 라스베이거스행 직항편(베이징발)을 개설했다. 이밖에 동방항공은 올해 상하이-시카고, 칭다오-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잇달아 열었다.
또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대한 여행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것도 한국행에 대한 여행수요를 분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올 들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후 중국과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필리핀이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두테르테를 만난 자리에서 “필리핀에 중국인 여행객들을 더 많이 보내겠다”
다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 개별여행객은 이번 춘제에도 계속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춘제와 비교해 이번 연휴기간 중국인 단체여행객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들의 예약은 오히려 증가추세”라고 전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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