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남은 '마지막 유럽연합(EU) 전문가'로 알려진 이반 로저스 EU주재 영국대사가 임기를 약 10개월 앞두고 돌연 사임했다고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저스 대사의 사임 원인은 '하드 브렉시트(영국이 EU 단일시장을 완전히 떠나는 것)'를 주장하는 강경파들과 마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따라 올해 3월 말부터 시작될 영국과 EU간 브렉시트 협상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로저스 대사는 사임 발표 후 스태들에 남긴 편지에 "말도 안되는 주장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 계속해서 맞서길 바란다"며 "진실을 말하는 것을 절대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로저스 대사는 브렉시트를 애초에 반대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에 의해 임명된 대사로, 브렉시트 투표가 가결된 후에도 영국이 EU 단일시장과의 무역 협정 관계를 깨지 않는 방향으로 브렉시트를 추진하려했다. 하지만 이는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원하는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의 반대에 부딪혔다. 강경 브렉시트파 의원들은 "로저스 대사는 처음부터 브렉시트 협상에 정신을 쏟을 생각이 없던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FT에 따르면 로저스 대사는 최근 들어 테레사 메이 총리 내각과도 마찰이 잦았다.
로저스 대사는 메이 총리에 "EU 국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단일시장은 머무르겠다는 브렉시트는 EU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저스 대사의 사임은 브렉시트 협상 난항을 예고한다.
닉 맥퍼슨 전 재무부 사무차관은 "로저스 사임은 큰 손실"이라
과거 정부의 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이들도 입을 모아 "현재 영국 고위 공직자 중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EU전문가'인 로저스 대사의 사임은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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