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과 친러시아 발언, 부적절한 인선 등이 역풍을 맞으면서 정작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타이밍에 행정부 고위직 임명이 파행을 겪고 있다. 인선작업이 느린데다 여론의 역풍에 교육부장관 인준표결에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 반대표가 나올 정도로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20일이 됐지만 장관급과 부장관 등 내각 고위직 인선이 4분의 1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상원에서는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내정자 인준 표결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캐스팅 보트까지 동원한 끝에 가까스로 통과됐다. 최종 표결에서 공화당 소속 의원 2명이 반대하면서 50대 50으로 동수가 되자 상원 의장을 겸하는 펜스 부통령이 찬성표를 행사함으로써 절차가 겨우 마무리됐다.
AP통신은 장관 인준과정에서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상원 인준과정에서 당론을 깨고 공화당 이탈표가 나온 것도 처음이다.
디보스 장관 인준에 반대표를 던진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 두 공화당 상원의원은 디보스가 공교육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개혁의 방향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인준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디보스 장관이 공교육을 불신한다는 점에서 24시간 항의 시위까지 벌이며 인준 저지활동을 펼쳤다. 디보스 장관은 교내 총기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디보스 교육장관은 간신히 인준에 '턱걸이'를 했지만 다음 '타자'인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내정자가 낙마위기에 몰렸다.
CNN은 이날 공화당에서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 외에 조니 아이잭슨, 팀 스콧 의원까지 가세해 퍼즈더 지명자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4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상원 52석을 보유한 공화당은 과반이 무너져 노동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안이 부결된다.
퍼즈더 내정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것은 취업에 필요한 법적요건을 갖추지 않은 가사도우미를 수년간 고용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도 불법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 장관 지명자가 낙마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 취임한 장관급 인사는 현재까지 7명에 불과하다. 전체 장관급 직책 21자리 중 13자리가 현재 인준절차를 진행 중이고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직은 아직 지명이 안됐다.
부장관직 15개 중에서도 현재까지 임명된 부장관은 상무부 부장관과 국토안보부 부장관이 전부다.
장관 취임이 늦어지면서 부장관 인선이 미뤄진 탓도 있지만 장관이 취임한 지 20일이 된 국방부에서도 부장관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방부 고위직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여개 각국 대사직 중에는 UN대사, 영국대사, 중국대사, 이스라엘대사만 지명됐고 나머지는 대부분 공석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1일 취임함에 따라 대사직 인선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외교관들의 반발 등의 여파로 인선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내각 인선이 늦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헛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취임과 동시에 갖은 행정명령을 쏟
행정부 고위직 인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악관이 행정명령으로 초기 정책을 서두르다가 국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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