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준비 중인 반(反)이민정책으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유능한 외국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내세운 캐나다 밴쿠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러한 분위기를 전하며 캐나다 밴쿠버가 'IT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새로운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 우버 등 거대 IT기업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친(親)이민 국가인 캐나다의 밴쿠버를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FT에 따르면 미국 'IT 공룡'은 아마존은 현재 700명 가량의 IT인재들을 위해 밴쿠버에 사무실을 열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밴쿠버에 750명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한 바 있다. 현재 시스코, SAP 등도 밴쿠버도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레고 로버트슨 밴쿠버 시장은 "최근 몇달 새 미국 IT기업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늘면서 캐나다 구도심인 개스타운 등의 오피스 임차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업계도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벤쿠버 이민 변호사 데이비드 오즐라씨는 "이민 관련 전화를 이렇게 많이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체 통화의 80%는 미국 기업과 미국인이며 문의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행동에 옮기려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밴쿠버시는 이런 추세라면 IT분야 연간 일자리 증가율이 기존 6%에서 1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밴쿠버에는 현재 IT분야 종사자가 7만5000여명에 달한다.
밴쿠버는 이민자에 대한 개방성 뿐 아니라 온화한 기후, 편리한 교통 등으로 세계에서 살기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지만 IT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저렴한 것도 매력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통계청에 따르면 숙련된 근로자 인건비는 밴쿠버에서 주당 1600캐나다달러(약 140만원)으로 실리콘밸리의 절반 수준이다. 사무실도 밴쿠버에서 실리콘밸리의
빌 탐 브리티시컬럼비아 기술협회장은 "머지않아 샌드힐로드(벤처캐피탈이 모여있는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거리 이름)에서 밴쿠버로 향하는 벤처투자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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