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힘을 통한 평화'라는 외교정책을 본격화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내년 회계연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외교와 해외원조 등 여타 비(非)국방예산은 감축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첫 예산안 초안에 따르면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2018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이 6030억 달러(약 684조원)로 늘어난다. 이는 올해 국방비의 10%인 540억 달러(약61조원)가 증가하는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 국방비 증액이다.
늘어나는 국방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에 쓰일 지는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함정과 전투기 개발, 그리고 핵심 항로와 해상 요충지에 주둔하는 군사력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군사적 요충지로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과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등을 지목했다.
국방예산이 늘어나는 만큼 비국방예산이 4620억 달러로 감액됐다. 멀베이니 국장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지원하는 예산을 줄이고, 중복 지출하는 비용이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프로그램 등을 없애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를 위해 쓰는 돈을 줄이고 미국을 위해 쓰는 돈을 늘리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같은 의지가 국무부 예산에 반영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종 확정된 예산안은 내달 중순 연방 의회에 제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예산의 기조와 방향 등을 28일 예정된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국방비가 늘어나고 외교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외교노선을 협상보다는 군사력을 동원한 '힘을 통한 외교'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예산 확충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기간 중에 수차례 유세를 통해 공약한 내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전국 주지사 간담회를 갖고 "내가 제시할 첫 예산안은 공공안전과 국가안보 예산이 될 것"이라며 "고갈된 미군을 재건하기 위해 국방비 지출을 역사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예산안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가 마련하는 첫 예산안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다"면서 "우리가 낸 세금은 미군을 지원하고, 미국인을 안전하게 하며, 테러리스트들이 이 땅에 발을 못붙이게 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지역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삼았다. 그는 "우리가 중동에서 거의 17년 동안 싸우고 있으면서 중동에 6조 달러를 썼더라. 이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국방부가 새로운 IS 전략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IS 격퇴를 위해 해당 지역에 500여명의 특수부대원을 포함한 시리아 배치 지상군을 증강하고 군사장비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초안을 공개한 예산안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예산안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고, 공화당이 믿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면서 "이는 중산층과 중산층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을 더 지우고, 부자들과 특별이익집단을 돕는 예산안"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특히 복지예산과 소비자보호예산, 환경보호예산 등을 삭감하는 대목을 문제삼았다.
반면 공화당의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미군에 대한 예산이 20% 삭감된 사실을 거론하며 국방예산 증액 규모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 정도 국방예산으로는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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