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지목한 북한 국적 리지현(33)이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의 아들로, 북한대사관에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베트남 전문가로 나타났다.
이런 경력을 가진 리지현이 작년 말 다른 북한인 용의자와 함께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여성을 포섭, 김정남 암살에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말레이시아 경찰과 외교가 등에 따르면 리지현은 리홍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의 아들로, 베트남에 10년가량 거주했다. 외무성 동북아국 부국장, 아주국 부국장을 지낸 리 전 대사는 1988년 12월∼1993년 4월, 1998년 9월∼2002년 12월 베트남에서 대사로 근무했다. 1984년생인 리지현은 아버지의 대사 시절 베트남에서 함께 생활했으며 베트남의 유명 영재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2009년 11월부터 1년 3개월간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했다. 리지현은 일종의 수습외교관으로 행정보조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리지현이 또 다른 김정남 살해 용의자인 북한 보위성 소속 리재남(57)과 작년 12월 말 처음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동반 입국한 것으로 말레이시아 당국 등이 파악했다.
이때부터 리지현과 리재남이 연예인 지망생으로 알려진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29)을 포섭, 본격적인 김정남 암살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어 구사 능력이 현지인 수준인 리지현이 흐엉에게 직접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지현과 흐엉 등은 2월 4일 하노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서 추가로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흐엉은 아이샤와 함께 같은 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 얼굴에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묻혀
흐엉과 아이샤는 현지 경찰에 붙잡혀 3월 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김정남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코미디 영상이나 TV 쇼를 찍는 것으로 알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리지현 등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범행 당일 말레이시아를 출국, 평양으로 도피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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