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네이버 게시 글에 '좋아요'도 클릭하면 안 됩니다." 19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국 정부 부처에서 소속 공무원들의 '손 단속'을 지시하는 지침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 일부 지침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공무원의 정치 참여 수위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17일 경찰청은 "공무원으로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내부 지침을 전국 경찰에 전달했다. 이런 공무원의 중립 의무 고지는 선거철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지만 올해는 "정당인 등이 작성한 SNS 글에 호감을 표시하는 이른바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안 된다"고 고지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글에 좋아요를 누를 경우 정치적 중립 위반 소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찰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도 최근 도내 모든 공공기관에 '공무원 등의 SNS 활동 관련 유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오는 5월 9일 실시하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있어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 등의 SNS 활동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로 조치된 사례가 발생했다"며 "글을 직접 게시하는 행위는 물론 선거 관련 게시 글에서 '좋아요' '공유하기' 등을 클릭하는 행위도 유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날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이창재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선거에 개입한 공무원은 누구든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소속 공무원들의 정치 행사 참여와 SNS 활동 금지 지침을 내렸다. 1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공무원 사회에 SNS상의 '좋아요' 추천 행위에 대한 금지령이 전면 선포된 셈이다.
댓글이나 홍보 글이 아닌 SNS상의 '좋아요'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참여가 헌법은 물론 하위 법령에서도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를 비롯해 전문가 사이에선 글 등을 직접 올리거나 공유한 것이 아닌 '좋아요'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높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에서 좋아하는 사람 글에 '좋아요'라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좋아요' 클릭을 제한하는 대상 글이 정치적인 글인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공무원의 SNS상 정치 의사 표현은 물론 정치 활동까지 폭넓게 허용하는 추세다. 미국은 연방공무원부터 주정부공무원, 교육공무원까지 광범위한 정치 활동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단순히 '좋아요' 클릭 행위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내용에 해당하는 경우나 내용이 허위 사실인 경우 위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무장해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보수·진보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의 정치 참여는 행정과 교육 등 공공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실익보다는 폐단이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과거 학부모 촌지 근절에 공헌하기도 했지만, 과도한 정치적 의사표현으로 교실을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판
[서태욱 기자 / 양연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