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정부가 외국산 철강 수입을 제한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지만 한국, 터키, 일본 등 미국에 철강제품 수출을 많이 하는 다른 나라들도 피해를 입을 공산이 커 국내 철강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윌버로스 상무장관과 미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강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안보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조사해 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1962년 제정된 이후 2011년 철광석과 철강 반제품에 대해 조사한 것이 유일한 적용 사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조치를 명령함에 따라 향후 철강 수입에 대해 강력한 제한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사문화된 법을 트럼프가 55년만에 부활시키겠다고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각서에 서명한 직후 "오늘은 미국산 철강을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미국 근로자와 미국산 철강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깁슨 미국 철강협회장은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저가 철강제품 수입으로 1만 4000명이 직업을 잃었다"며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조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앞으로 최장 270일 동안 철강 수입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미국 철강산업 관련 한 로비스트는 "전차 함정 등을 생산하는 군수업체가 수입하는 후판, 전기·통신 장비에 사용되는 선재 등이 안보문제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트 대통령이 직접 수입 철강과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포스코 등 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약 27억달러 규모의 철강제품을 수출했다. 52억달러를 기록했던 2014년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전부터 보호무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 등 10개국이 수출하는 선재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며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발동될 경우 올해이후 대미 철강수출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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