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변국을 어리둥절케 하는 '오락가락 대북 메시지'를 연일 내놓으면서 한반도 긴장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나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강도 높게 압박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게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김 위원장)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영광스럽게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하자면, 적절한 환경 아래 놓여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해 대선후보 시절 김 위원장과 '햄버거 대화'를 하겠다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취임 후엔 북한 압박을 강화해왔고 직접 대화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김정은에 대해 "26 또는 27세의 젊은 나이에 권력을 물려받아 많은 사람이 그에게 도전했지만 그는 결국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면서 "분명히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와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작은 행동과 상호 전쟁 위협이 자칫 오판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적절한 조건'에 대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즉각 중단되는 것을 봐야 한다. 북한의 행동과 관련해 변화가 있어야 하고 선의를 보여야 한다"면서 "지금은 그런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영광스럽게' 만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김정은은 명백히 국가원수"라며 "외교적인 사정을 감안한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같은날 보도된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최악의 대비해야 한다"고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매우 위협적이다. 끔찍한 말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한반도 정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비공개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이 잇달아 보도했다. 두 정상의 전화통화는 이번이 6번째로 지난 달 29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것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두 정상은 시리아 내전 사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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