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조선 노동당 위원장과의 협상 '카드'를 뽑아든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파격적이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미국 정부가 고강도 압박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파격적이고, 가장 최근에 북한 지도자를 만난 미국 관리는 2000년 방북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적절한 상황'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압박 일변도로 진행돼 온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달 26일 트럼프 정부는 연방의회 상원의원 전원을 초청해 새로 마련한 대북정책을 설명하면서 협상 가능성을 처음 거론했다. 당시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정보국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미국 정부가 최근에 보여온 협상 가능성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배경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북한에 최후의 퇴로를 열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많다. 북한에 대한 압박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면서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군사적 옵션 사용 등 북한에 대한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일종의 '명분쌓기'용으로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하더라도 북한에 충분한 기회를 줬다는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환경'을 만남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백악관은 이 '적절한 환경'에 대해 북한의 분명한 비핵화 의지와 도발 중단 등 행동의 변화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도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분명한 핵 포기 의사'를 제시했다. 핵보유를 헌법에 명시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고 따라서 북·미 대화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크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와 인터뷰를 통해 워낙 많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다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곧바로 '압박'을 이야기하는 등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언급한 당일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고,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김정은이 장거리 미사일을 가지면 미국도 안전하지 않다. 그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뉴욕타임스(NYT)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일순간에 방향을 바꿈으로써 상대를 교란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전략'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2대가 지난 1일 한국에서 비밀리에 정밀타격 훈련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B-1B 폭격기는 이날 동해상공에서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및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 함재기와 연합 훈련을 하고 이후 철원에 있는 훈련장에서 정밀타격 훈련을 했다.
B-1B가 비공개로 한반도에 긴급 출격해 훈련을 벌인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날 B-1B 폭격기의 훈련을 두고 '핵전쟁 위험을 더욱 증대시키는 미제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 망동'이라는 비난했다.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주한 미·일 대사와 한 자리에서 만나 대북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윤 장관이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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