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런던을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 시나리오가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탈(脫) 런던 대열에 합류하고, 유럽연합(EU) 기구의 이전도 가시화하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완전한 결별)'를 외치며 연일 이어지는 메이 총리의 강성발언이 금융기관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런던에 근무하는 직원 500~1000명을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기로 결정했다. JP모건은 이 인력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더블린 3개 지역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분산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런던 밖으로 조직을 옮겨서라도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어 JP모건이 브렉시트 협상 추이를 살피면서 장기적으로 얼마나 더 많은 직원을 재배치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년 후 브렉시트가 실현될 경우 더 많은 인원을 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런던 금융가를 떠나는 금융인력이 최대 7만5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런던 금융가를 상징하는 '시티 오브 런던' 종사자가 36만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분의 1 가량이 런던을 떠나는 셈이다.
영국 금융기관도 '탈 런던'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는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EU 거점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선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세 비날스 SC 회장은 이날 은행 연례총회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EU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SC가 현재 독일 금융당국과 프랑크푸르트 지점을 법인으로 승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런던의 임직원을 절반인 3000명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고, HSBC은행도 런던에 있는 직원 가운데 1000명을 프랑스로 옮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건스탠리도 아일랜드 더블린과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런던을 대체할 후보 지역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엑소더스 행렬에는 정부 및 준(準) 정부기구까지 동참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런던에 위치한 유로화 거래 청산소를 옮기거나 EU 당국이 이들 청산소를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내달 제출할 예정이다. 유로화 거래 청산소는 주식,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매수자나 매도자 중 한쪽이 파산해도 거래를 보장해 위기를 줄이는 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시티 오브 런던은 청산시장 덕분에 금융, 법률회사들이 몰려 국제 금융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런던에서는 유로화로 표시된 전 세계 파생상품의 4분의 3이 거래되고 있으며 하루 거래 규모는 8500억 유로(약 1048조원)에 달한다. 준정부기관에 다름없는 청산소가 런던을 떠날 경우 향후 7년간 영국 내 일자리는 8만3000개 사라질 전망이다.
런던에 위치한 유럽의약청(EMA)과 유럽은행감독청(EBA)도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 1995년 창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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