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올해 최대 국제행사로 야심차게 준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 개막일인 14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로 체면을 구겼다. 30여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일대일로 포럼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글로벌 리더십을 대내외에 선전하려 했는데 북한이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면서 "중국은 안보리 결의에 역행하는 북한의 유관 발사 활동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현재 한반도 상황은 복잡하고 민감하며 모든 관련국은 자제하고 지역 긴장을 악화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대일로 포럼 개막 관련 보도를 쏟아내던 관영 CCTV와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들도 이날 오전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관찰자망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북미간, 남북간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통해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를 비롯한 주요매체와 바이두를 비롯한 포털사이트는 뉴스 초기화면에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게재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국력을 기울여 준비한 행사 개막일에 세계 언론의 초점이 북한에 모아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당국이 보도 통제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결정적인 순간에 중국의 체면을 구기게 한 일은 이번뿐만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항저우 G20 정상회의가 한창일 때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중국의 불만을 샀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김영재 대외경제상 등 북한 대표단을 행사에 초청한 터여서 중국이 느낄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당초 북측 장관급 대표단의 참석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중간 대화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기조연설 직전 터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북중간 냉각기류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은 북한 미사일 이슈가 회의 테이블에 올라오는 걸 원치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북한 미사일 도발이 전혀 없었다는 듯 일대일로 어젠다만 집중 논의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대일로 정상회의는 시진핑의 작품이다. 회의 개막 당일 북한의 무력 도발에 중국의 기분이 좋을리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체면을 구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국제사회에 이번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들의 대북 영향력이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압박 정책의 방점을 중국에 찍은 상황에서 이를 벗어날 변명거리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우리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이번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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