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특사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친서를 전달한 것은 한·미 정상외교를 복원하는 '신호탄'이라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첫날인 지난 10일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데 이어 이날 미국 특사가 친서를 전달했다. 내달 말 한·미 정상회담까지 마무리되면 한·미 양국의 정상외교 채널은 정상궤도에 오르게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극도로 고조되면서 한·미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지난 한·미 간 정상외교는 비정상적으로 겉돌았다. 하지만 이날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양국 관계와 북한 문제를 긴밀히 논의함으로써 그간 우려했던 '코리아 패싱' 논란도 불식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내정치 문제로 인해 탄핵 논의까지 불거지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홍 특사 일행을 파격 예우하며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국 대통령 특사가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은 역대로 이번이 처음이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 등이 접견에 '깜짝' 배석하는 등 각별한 대우를 했다.
홍 특사는 "예전에는 당선인 특사였고 이번에는 대통령 특사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미국 대통령을 집무실에서 따로 만난 것은 대단한 행운이고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미국 측 우려를 씻어낸 것도 이번 특사외교의 성과로 꼽힌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순위를 두고 북핵 문제에 대해 많은 노력으로 많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그런 노력에 감사드린다"면서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에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의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등이 담겼다.
1.5쪽 분량의 친서는 전통 궁서체 한글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기록했고 친필 사인도 들어 있으며, 비공식 영문본이 첨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가 아름답다"며 "잘 읽어보겠다. 아름다운 친서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6월 한미 정상회담에 큰 기대감을 표했고, 북한 제재와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말씀하셨다"면서 "한국 사회의 문제,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평소 성격답게 활달하게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특정한 조건이 되면 관여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언급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대북정책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평화'를 언급한 것은 대북 포용정책 의사를 보여 온 문 대통령과의 협력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과 제재라는 '힘'에 기반한 협상을 해나가자는 의미를 전한 것"며 "문 대통령이 대화에 열려있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관계 복원의 종지부에 해당한다.
정상회담을 준비 중인 청와대와 외교부는 양국 최우선 현안을 '북핵'으로 설정하고 대북정책의 공감대를 최대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준비 시간이 40일 정도밖에 없어 이견 조율보다는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첫 정상회담의 목표는 북핵 위협에 대해 한미 양국이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대북 압박 정책의 끝에는 협상이 있다. 압박을 위한 압박이 아닌 협상을 위한 압박이란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 부분에서 미국 정부와 공감대를 넓혀가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양국 핵심 현안으로 북핵·한미동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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