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삭감, 국방예산 증액, 멕시코 장벽 예산 추가 등으로 요약되는 트럼프 정부 예산안이 연방의회 상원에서 험로를 예고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 세출위 소속 의원이 23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 예산안을 공개 비판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국방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예산안이 상원에 도착하는 즉시 사망할 것(dead on arrival)"이라고 경고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외교예산 삭감이 제2, 제3의 벵가지 사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벵가지 사건은 2012년 9월 리비아의 무장집단이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으로, 대표적인 미국의 외교 실패 사례로 꼽힌다.
트럼프 정부 예산안은 이달 초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불만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상원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상원 의석은 공화당 52, 민주당 48석으로 불과 4석 차이다.
민주당은 애초부터 트럼프 정부 예산안이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등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을 대폭 감축한 것을 두고 강력한 비판을 제기해 왔다. 또 이번 예산안에는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 16억 달러가 포함돼 있어 민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멕시코 장벽을 완공하는 데 총 3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트럼프 정부가 이번에 첫 착공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이번에 요청한 장벽 예산은 기존 장벽 교체를 포함한 총 100㎞ 길이의 장벽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복지예산과 외교예산을 줄이고 국방과 인프라투자 예산을 확충하는 내용의 4조1000억 달러 규모 2018 회계연도 예산안을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정책 실패와 예산안 통과 난항 등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코리 루언다우스키 전 캠프 선대본부장 등 옛 심복들을 발탁하는 방안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유럽 순방에서 돌아오는 대로 '트럼프의 남자'로 불리던 루언다우스키 전 선대본부장과 힐러리 클린턴을 향한 대표적 저격수였던 데이비드 보시 전 캠프 본부장을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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