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미군 전사자들을 정쟁의 도구로 끌어들였다가 역풍에 직면했다.
프레데리카 윌슨 민주당 하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사자 유족에게 심각한 결례를 범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니제르에서 전사한 라데이비드 존슨 병장의 부인 마이시아 존슨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고 복무를 지원한 것 같지만, 어쨌든 마음은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위로전화를 하면서 전사자의 이름조차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윌슨 의원은 존슨 병장의 유해가 도착하는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그의 부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때마침 걸려온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옆에서 듣게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니제르에서 전사한 특전사 요원 4명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취재진의 지적을 받자, 자신은 유족들에게 편지를 보냈으며 조만간 전화도 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돌연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부분 전화도 안 걸었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리고 나서 했던 전화가 전사자 유족에게 결례를 범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민주당 하원의원의 증언은 완전한 조작"이라고 반박했으나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존슨 병장의 어머니인 코완다 존슨 역시 윌슨 의원의 증언이 틀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주장과 달리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사자 유족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한 기록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장에서 차남을 잃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시 이라크 서부 다국적군 사령관으로 복무 중이던 켈리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별도의 위로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켈리 비서실장은 자신의 가정사가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사병의 부친에게 2만5000 달러의 위로금과 유족을 위한 온라인 모금 지시를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 아프간에서 전사
[워싱턴 = 이진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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