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보복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시설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기로 한 할리데이비슨을 비난했습니다.
취임 초기 할리데이비슨을 '미국 제조업의 기둥'이라고 치켜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백기 투항이라고 비판하며 "미국 밖으로 나가면 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금을 안겨주겠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미국의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은 지난 25일 기업공시를 통해 "일부 생산시설을 미국 밖으로 옮기겠다"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EU의 미국에 대한 고율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할리데이비슨이 9∼18개월에 걸쳐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유럽과의 관세전쟁 여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국가 안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EU는 22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28억 유로(약 3조6500억 원)에 이르는 보복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미국산 농산물, 의류 등과 함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도 EU의 보복관세의 주요 타깃이 됐습니다.
EU의 관세 보복 결정 이후 할리데이비슨이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할 때 부담하는 관세는 기존 6%에서 31%로 급등했습니다.
할리데이비슨 추산에 따르면 오토바이 1대를 유럽에 수출하면 추가 비용 2200달러가 발생합니다.
올해 남은 기간에는 3000만∼4500만 달러, 2019년에는 9000만∼1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유럽은 지난해 할리데이비슨 세계시장 판매량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4만여 대를 판매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할리데이비슨 측은 미국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수입 관세를 매기면서 원자재 비용이 상승한 데다 EU 보복 관세까지 더해져 유럽 판매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할리데이비슨은 유럽과의 관세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캔자스시티 공장을 태국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관세전쟁을 그저 생산시설 해외 이전의 핑계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태국 공장 건립은 아시아에서 우리 제품을 판매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라며 "캔자스시티 공장 폐쇄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습
한편 미국-EU 보복관세 전쟁의 피해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의 철못 제조업체인 '미드콘티넌트 스틸앤드와이어'는 60명의 공장 근로자를 해고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관세전쟁의 첫 국내 '사상자'가 발생했다면서, 철강관세로 인한 미국 내 대량해고 사태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MBN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