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버커우 하버드대 총장은 3일(현지시간) 개강 첫 날 이메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정부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고 이날 하버드 대 교내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이 전했다. 버커우 총장은 성명에 "올해 5월부터 미국 비자 발급·갱신 등 이민 절차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마주해야할 장애물들이 점점 커졌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캠퍼스 생활을 원하는 다양한 나라 유학생들과 학자들이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의혹을 받아가며 조사 대상이 된다. 입국 지연과 비자 취득 어려움, 체류·여행 허가 혼란은 우리 사회 가치에 대해 의문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버커우 총장은 공영라디오 NPR과 인터뷰하면서 "다른 대학 유학생들도 입국 때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나도 난민 출신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부모님이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사건) 난민으로 미국에 왔다. 나뿐만 아니라 프린스턴과 스탠포드 대학, 메사추세츠공대(MIT) 총장들도 전부 이민자이거나 부모가 이민자다"고 말해 트럼프 정부를 에둘러 비난했다.
↑ 보스턴 공항에서 비자 취소 후 강제 추방당했다가 간신히 3일(현지시간) 개강 수업에 참석한 하버드 대 신입생 이스마일 아자위씨. [사진 출처 = 트위터]
이같은 움직임은 '아자위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달 23일 17세 팔레스타인 출신 하버드 신입생 이스마일 아자위가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8시간 감금 당한 상태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수색을 받다가 그의 친구 하나가 미국 비판 글을 소셜 미디어(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비자를 취소 당하고 레바논으로 추방된 소식이 전해져 학교가 술렁였다. 아자위는 자신에게 장학금을 준 비영리기구 AMIDEAST와 대학 측 도움으로 지난 달 31일 간신히 입국해 3일 수업에 출석했다고 크림슨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인 유학생 입국도 막았다. 지난 2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9명이 최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관세·국경보호청(CBP) 직원들에게 붙잡힌 후 중국으로 추방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내달 1일 2020년 회계연도(FY) 시작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입국 수용 난민 수 상한을 또 다시 줄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직 군 간부들이 이에 반대하는 공동 서한을 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는 "백악관이 2020 FY에 적용할 난민 상한 숫자는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2019 FY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2017 FY 11만명이던 상한 선은 트럼프 정부 들어 2018 FY에 4만5000명, 2019 FY에 3만명으로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터 치아렐리 전 육군
참모차장 등 미국 전직 군 장성 27명은 트럼프 정책 방향에 반발해 "과거 역사를 보면 난민 수용 프로그램은 국가 안보와 이익을 위해 봉사해왔다. 사람 생명을 구하고 돕는 역할을 해온 정책"이라면서 "난민들이 이전처럼 미국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는 서한을 3일 백악관에 전달했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