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시위대를 향해 처음으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항의의 뜻으로 카오룽에 주둔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의 막사 벽을 향해 레이저를 쏘고, 손전등을 비췄다. 그러자 한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가 지붕 위로 올라가 '여러분은 위법행위를 하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경고문을 들어보였다. 문구는 영어와 중국어로 기재돼 있었다. 곧이어 다른 인민해방군 병사가 경고의 의미로 노란 깃발을 흔들었고 여러 병사들이 망원경 등을 통해 시위대의 동태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홍콩 시위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간 첫 직접 접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5~6일 홍콩에서 벌어진 주말 시위는 지난 6월 9일 처음으로 시작된 대규모 시위 이래 가장 격렬하게 진행됐다. 홍콩 정부가 사실상 계엄령인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하고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 0시부터 전격 시행하자 이에 분노한 시위대가 주말 내내 대정부 항의 시위를 펼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은 지난 6월 이후 가장 폭력적인 주말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시위대는 홍콩섬과 카오룽에서 2개 그룹으로 구성돼 오후 2시(현지시간)부터 수만명 규모로 가두행진을 펼쳤고, 저녁 늦게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한 그룹은 홍콩섬의 코즈웨이베이에서 센트럴 차터가든까지, 다른 그룹은 카오룽의 침사추이에서 삼수이포까지 향했다. 시위대는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마스크를 쓰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몽콕 등을 비롯해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경찰이 시위대의 뚜렷한 폭력 행위가 없었는데도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고 전했다. 코즈웨이베이, 프린스에드워드, 조던 등 곳곳의 중국건설은행 ATM 등이 파괴되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공격은 계속됐다. 시위대는 몽콕 인근의 중국 샤오미 매장에 불을 질렀으며, 중국 본토인이 소유한 식당을 부수기도 했다. 또 이날 시위대는 몽콕역의 폐쇄회로(
홍콩 시위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자 중국 본토에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을 조속히 투입해 홍콩 시위를 진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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