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발생한 냉동 컨테이너 참사와 관련해 39명의 사망자 대부분이 베트남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의 북중부 농촌 마을 청년들이 밀입국 브로커를 통해 집단적으로 가짜 중국비자를 만들어 영국에 입국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8일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현재 베트남의 24명이 이번 비극으로 자녀가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에 실종신고를 했다. 모두 베트남 중북부 지역인 응에안성(14명)과 하띤성(10명)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베트남 정부는 실종신고 가족들을 상대로 실종자 머리카락 등을 채집해 영국으로 공수하는 등 컨테이너 사망자의 신원 확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응우옌 쑤억 푹 베트남 총리는 영국 주재 베트남대사관에 사망자의 자국민 식별 여부를 지시하는 한편, 불법 밀입국과 관련한 조사도 함께 명령한 상태다.
가난한 농·어촌 지역인 응에안성과 하띤성은 꽝빈성과 더불어 베트남에서 선진국으로 밀입국하는 젊은이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응에안성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200달러(약 140만원)로 베트남 전체 평균의 절반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런 빈곤한 환경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지더라도 영국을 포함한 유럽으로 밀입국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영국 냉동 컨테이너 참사는 베트남 청년들이 4만 달러(약 4600만원) 안팎의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고 호치민에서 서유럽을 거쳐 영국으로 밀입국하는 이른바 'VIP 루트'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에안의 한 성당에서는 지난 27일 영국 밀입국을 시도하다 실종된 마을 베트남 청년들을 위한 합동 추모식이 열리기도 했다.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추모식을 이끈 신부는 "경제 상황, 환경, 삶의 질, 열악한 사회 보장은 물론 교육과 문화, 낮은 인권 등 문제로 베트남 국민들은 이곳을 떠나고
아울러 영국 BBC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고도 경제성장을 누리는 베트남에서 빈부격차가 심한 지역 출신들이 가족 부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영국행을 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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