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30년이 지났지만 해소되지 않는 동서 간 격차가 숙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일인 9일(현지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옛 동독과 서독 지역 간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격차를 해소하는 데 반세기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가 발표한 '독일 통일 현황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동독 지역은 서독 지역에 비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75%에 불과하다. 이날 BBC방송에 따르면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메르켈 총리는 "장벽이 무너지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누구도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장벽의 붕괴는 자유를 제약하고 사람들을 못 들어가게 하는 장벽이 너무 높고 두껍더라도 결국 뚫린다는 가르침을 준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기념일이 행복한 순간의 기억이지만, 한편으로 현재 마주하고 있는 증오와 인종차별, 반(反)유대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유럽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관용을 지켜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식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미국이 국가 이기주의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존중받는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한편 독일의 한 시민단체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벽 잔해 일부를 보냈다. 하지만 백악관이 수령을 거부했다. 이날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열린사회 이니셔티브'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남은 콘크리트 덩어리 일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열린사회 측은 "장벽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장벽에 맞서는 장벽(The Wall Against Walls)' 캠페인으로서 장벽 조각 전달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남미 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멕시코 접경에 이민 장벽을 건설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장벽 표면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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