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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감원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김 모 팀장(50)은 KT ENS 협력업체인 중앙TNC 서 모 대표(44)와 2005년부터 지인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금감원의 관련 검사 진행 상황을 서 대표에게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검거된 피의자들이 해외로 도피한 공범 전 모씨(49)가 금융회사 종사자들을 상대했다고 진술해 계속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로 도피한 전씨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됐다. 경찰은 서 대표와 KT ENS 김 모 전 부장(51) 등 15명을 검거해 서 대표 등 8명을 구속했다.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건, 카드 3사 정보 유출 사건 등이 터졌을 때만 해도 금감원은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항력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금감원 간부가 뒤를 봐주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자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서 대표는 10여 년간 금감원 김 팀장과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 팀장은 '대표적인 마당발'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사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관련 의혹을 발견해 2월 초 본격적인 검사에 들어가자 서 대표는 김 팀장에게 검사 진행 상황을 문의했다. 김 팀장은 자본시장조사국 소속이어서 이번 검사 진행 상황을 저축은행검사국에 확인해서 알려줬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금감원 내부에 추가 연루자가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의심하고 있는 또 다른 간부는 김 팀장처럼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정보유출금지 규정을 위반해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간부는 오히려 KT ENS 사건을 파헤친 공을 세웠기 때문에 누명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내부에 추가 연루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김 팀장이 내부적으로 알아봐준 정보를 듣고 도피했다. 대구 출신인 김 팀장은 또 다른 제3의 인물을 통해 서 대표와 주변 인물들을 알게 됐고 오랜 기간 막역한 사이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수년간 이들에게서 해외 골프 접대는 물론 수억 원 상당의 농장 지분까지 무상으로 받았다.
금감원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내부감찰 결과 발견해 그를 직위해제하고 수사 의뢰했다.
금감원 간부 비리가 드러난 것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간부 10여 명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동양 사태와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등 대형 사건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앞두고 내부 직원이 검사 중인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독기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 금융
최수현 금감원장은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이번 사건의 발단은 수년 전에 발생한 것이지만 이번에 한 치의 의혹도 없게 철저하게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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