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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08월 27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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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중소 협력업체들과 상생발전에 나섰다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협력 차원에서 투자한 회사들의 재무상황이 악화되거나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평가손실 폭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투자금 회수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향후 삼성 측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 중인 신화인터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 옵션행사 만기일이 오는 11월 22일로 다가왔지만 투자 초기에 비해 주가가 폭락해 옵션행사가 어려워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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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전자는 BW 발행의 핵심인 신주인수권 행사가를 놓고서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면서, 행사가격은 당시 주가 수준인 주당 1만3500원으로 결정됐다. 이후 2012년 삼성전자에서 LCD 사업부문이 분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설립되면서, 신화인터텍 BW는 삼성디스플레이 자산으로 편입됐다.
신화인터텍 주가는 삼성전자의 BW 투자 소식에 한때 1만9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4년여에 걸친 하향추세가 계속되며 현재 3000원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했을 당시 보다 주가가 4분의 1토막 난 셈이다.
신화인터텍의 주가가 꾸준한 강세를 보였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적당한 시기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투자 차익을 노릴 수도 있었지만 대책없이 하락하는 주가에 옵션행사 시기를 계속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고 어느새 만기가 임박하게 된 상황이다.
양사간 계약으로 행사가 조정이 일부 가능하긴 하지만, 신화인터텍 주가가 발행 당시보다 워낙 낮은 터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손실을 피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고, 오는 12월로 예정된 만기일까지 사채를 보유해 원리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만기일에 원금의 26% 수준인 이자를 더해 원리금을 상환받게 된다.
하지만 신화인터텍의 실적이 부진한데다, 상환용도로 활용할 만한 자금 여력도 넉넉치 않아 양사간 협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3억원에 불과하고, 이 외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으로는 5억5000만원 규모 단기금융상품(예·적금)과 1억원 어치 국민은행 후순위채 정도라 378억원에 이르는 원리금을 상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신화인터텍의 재무지표를 살펴봤을 때 오는 11월 만기 도래하는 300억원 물량을 상환하긴 쉽아 보인다"며 "결국 차환 여부를 놓고 삼성 측과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를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차원에서 투자한 만큼,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작년 3월 신화인터텍의 경영권이 효성으로 넘어간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신화인터텍이 사실상 대기업그룹 계열사가 된 만큼, 더 이상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삼성 측을 설득하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상생협력 투자를 받은 이후 재무상황이 악화되거나 주가가 부진한 기업들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2009년 말 장외매수로 지분 15.92%를 확보한 금형제조업체 에이테크솔루션도 주가가 4분의 1토막 난 상태다. 당시 삼성전자는 총 263억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는 79억원으로 낮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를 통해 142억원을 투자해 지분 5.3%를 보유 중인 에스엔유프리시젼도 주가가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서울대 학내 벤처기업으로 디스플레이 장비를 생산하는 에스엔유프리시젼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참여 이후 주가가 내림세를 거듭해 반토막 난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 측의 지분가치도 투자 당시 142억원에서 65억원으로 급락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상생협력 차원에서 53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한 팬택도 올 초 2년여만에 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손실이 불가피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삼성전기는 회로기판(PCB)과 카메라 모듈, 삼성SDI는 배터리 등을 팬택에 납품하면서 형성된 양측 간 두터운 협력관계는 삼성측의 지분투자로 이어졌지만, 결국 워크아웃으로 팬택 주식은 휴짓조각으로 전락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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