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은 지난 10일 현재 금호산업 주식 171만4885주(지분율 5.16%)를 보유 중이라고 12일 공시했다. 투입한 자금은 205억원이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주가가 1만원 초반 수준으로 내려간 1년여 전부터 금호산업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다가 최근 지분율이 5%를 넘어서면서 지분 보유 공시를 냈다.
호반건설은 지분 공시 이후에도 장내에서 금호산업 주식을 대거 매수해 보유주식 수를 200만주 이상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호반건설의 지분율은 6%를 넘어서게 된다.
호반건설은 투자 배경에 대해 “금호산업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여유자금 운용 차원에서 투자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호반건설은 호남에 뿌리를 둔 건설사로 양사 오너 사이에 교류가 이전부터 활발했다”면서 “다른 건설사 주식에도 꾸준히 투자를 해왔고, 건설주 투자금액만 400억여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내년 초 금호산업의 경영권 매각이 예정돼 있고, 호반건설이 충분한 인수 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호산업은 현재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데,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선 내년 1월 매각 공고를 내고 보유 중인 이 회사 지분 57.5%를 매각할 예정이다. 따라서 매각 절차로 금호산업 주가가 오르기 전에 저렴한 가격에 보유 지분을 늘려 놓을 경우 향후 경영권 인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현재 채권단 보유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가치가 3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작년 말 현재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470억원, 단기금융상품은 2200억원으로 금호산업 경영권 인수 여력은 충분한 편이다. 지난해 부채비중이 16%에 불과하고 이익잉여금만 5972억원에 달할 정도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거두고 있는 등 현금흐름도 뛰어나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어 인수 매력은 충분한 편”이라며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건설사 입장에선 충분히 인수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며 집안 싸움에서 한쪽 편을 들거나 제3의 인수자에게 붙는 등 여러 선택권을 쥐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채권단 보유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채권단 지분은 박 회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지분 투자가 실제 경영권 인수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호반건설이 이익을 볼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박 회장의 경영권 확보 이후 경영 안정화에 대한 기대로 금호산업 주가가 오르게 되면 호반건설이 자본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호반건설의 지분
[오수현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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