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통과 불투명한 상가임대차법 개정안
↑ 지난해 9월 상가권리금 법제화 방안이 발표됐지만 후속 입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권리금과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상가 모습. [매경DB] |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중소형 상가를 구입해 노후생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던 B씨(64)는 최근 생각을 접었다. 1층 점포 두 곳과 3층 점포 한 곳이 권리금 문제로 건물주와 갈등을 빚고 있어 해당 상가를 구입했다가는 갈등이 그대로 본인에게 넘어올 것 같아서였다.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상가권리금 법제화 방안이 발표된 지 넉 달이 넘도록 지지부진하지만 임차인이 법 통과를 기대하며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법 통과 이후로 매입을 미루자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전했다.
권리금은 기존 점포가 갖고 있는 고객과 시설, 영업 방식 등을 계속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지난해 9월 정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 상가 시장의 권리금 규모는 33조원이나 된다. 권리금 법제화로 보호받는 상가 임차인은 120만명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권리금은 관행적으로 설비, 상권, 점포 크기, 연간 순이익 등을 감안해 산정해 왔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늘 분쟁의 대상이다. 권리금은 시설 권리금, 바닥 권리금, 영업 권리금 등으로 구분되는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영업 권리금이다. 기존 임차인이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인데 시장에서는 영업 권리금을 월수익의 1년치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한 달 300만원 순이익을 올린다면 해당 점포의 영업 권리금은 3600만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같은 300만원을 번다고 해도 영업시간, 직원 수 등에 따라 ‘질’이 다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가장 많다.
여기에 야당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보장기간을 10년으로 늘리고, 재건축 등으로 퇴거 시 퇴거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을 추가했다. 이를 포함해 현재 법사위에 상정된 권리금 관련 법안이 8개에 달해 이를 정리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법제화 방침을 밝힌 이후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미적거리면서 피해를 보는 임차인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동대문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D씨(55)는 “권리금은 엄연히 시장에 존재하는 관행인데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도 한 푼도 못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일단 지난해 발의된 법부터 통과시켜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한 뒤 구체적인 안을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권리금을 인정하고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권리금 보호 범위와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임차인과 임대인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임대인에게 의무적으로 한 임차인에게 10년간 세를 놓으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제약”이라며 “계약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 오히려 권리금과 임대료가 더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리금 법제화로 시장 원리에 맞지 않게 비인기 지역에서까지 상가권리금을 받으려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염정오 점포라인 상가분석가는“권리금 법제화가 되면 권리금이 비싼 지역에서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지금은 권리금이 없는 지방이나 이면도로 등 비인기 지역에서도 상가권리금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최근 ‘권리금 거래 표준거래계약서’에 대한 용역을 마치고 공청회 등을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계약서에는 유·무형의 권리금을 포함한 권리금 액수뿐만 아니라 양도인의 겸업금지 의무 등 임차인 간 권리의무 사항도 기재됐다. 또 권리금 산정 기준도 마련해 임차인 간 권
[고재만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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