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와 대규모 기술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계약금에 대한 세금이 판관비에 반영됐고 연구개발(R&D) 비용이 늘면서 실적에 부담을 줬다. 지주사에 지급한 특허권료도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4% 줄어든 24억원, 매출액은 31.2% 증가한 244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시장 기대치인 2381억원을 웃돌았지만 영업이익은 기대치인 337억원의 7%의 불과한 수준이다.
이 영향으로 전일 한미약품 주가는 18.35% 떨어진 가격에 마감했고 오전 9시 44분 현재 4% 가깝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맺으면서어 실적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매도 주문이 이어진 탓이다.
회사는 지난 3월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에 대한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HM71224는 류마티즘 관절염, 전신 홍반성 낭창 등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될 예정이다. 관련 시장이 2021년 706억달러(약 82조29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라이릴리는 계약금으로만 5000만달러(약 580억원·올 2분기 수취)를 지불했다. 단계별 임상 개발, 허가, 판매 실적 마일스톤 금액을 포함하면 최대 6억9000만달러(약 8040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그러나 기술 이전 관련 미국 원천징수세금(세율 15.1%)을 지불하고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기술료 수익을 배분하면서 한미약품에 실제 유입된 계약금은 3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기업분할로 독립하기 전 해당 기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수익의 30%를 한미사이언스에 특허권료 명목으로 배분했다.
김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과 달리 영업이익 307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며 “양사간 기술수출 수익 배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유안타증권은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52만원으로 낮췄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도 “대규모 기술 수출로 글로벌 위상이 격상되고 기업가치가 대폭 상승했다”면서도 “신약 가치는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에 대해 7대 3비율로 분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R&D)비로 지출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단기적인 실적보다는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회사는 지난 2분기 연구개발 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한 434억원을 지출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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