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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산업은행은 우즈베크 현지법인(이하 KDB뱅크우즈)이 지난해 227억원의 영업이익(세전이익 기준)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KDB뱅크우즈는 2013년 208억원, 2014년 20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산은은 2006년 대우그룹 계열 현지 은행인 대우우즈를 인수하며 우즈KDB로 변경해 영업해왔다. 이는 국내 은행이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최초 사례여서 금융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KDB뱅크우즈는 시중은행들의 '이름뿐인' 현지법인과 달리 한국계 기업뿐 아니라 현지 기업·개인에 대한 적극적인 영업으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크오일, ATG 등 현지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총 3억4400만달러(약 4164억원) 규모의 외화매각대금을 최근 유치했고, 캐피털뱅크(KB) 등 현지 은행과 협업해 외환선물거래와 수입신용장 부문을 특화한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KDB뱅크우즈는 작년 말 현재 총자산이 1조636억원, 자기자본은 973억원 규모로 우즈베크 상업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 10위권이며, 외국계 은행 중에는 부동의 1위다.
산은은 우즈베크 외에도 홍콩 런던 등 핵심 해외 점포에서 각각 150억원 이상의 꾸준한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산은 해외 점포들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7400만달러(약 880억원)로 국내 은행 해외 점포 전체 당기순이익의 약 10%에 달한다.
해외법인의 이 같은 실적 호조는 산은의 국내 사업 실적 부진을 개선하는 데 적잖은 힘이 될 전망이다. 산은은 지난해 자회사 대우조선해양의 4조원 규모 부실이 드러나면서 흑자전환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 21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769억원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대손충당금 등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산은은 2013년에도 1조4474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바 있다. 산은은 앞으로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한 해외 영업 비중을 더욱 늘릴 방침이다. 산은 해외 PF 금융주선 실적은 2013년 6건에서 2014년 8건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13건, 약 1조8000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취임하는 이동걸 신임 회장이 앞으로 어떻게 산은을 이끌고 나갈지도 주목된다. 산은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과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 해외 영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책금융을 선도해야 하는 국책은행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발생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 사업을 너무 확장하는 것은 국책은행 역할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며 "국책금융기관답게 시중은행이나 기업의 해외 진출 거점을 만드는 기능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