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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대차거래 주식은 22억3514만주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9월 3일 기록했던 역대 최대치인 22억350만주를 뛰어넘은 것이다. 대차거래란 연기금 등 주로 기관들이 주식이 필요한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보유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대차거래 주식 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대기물량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차거래가 반드시 공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주가가 비쌀 때 주식을 빌려 팔고자 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자연히 대차거래가 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잔액이 지난해 8~9월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공매도가 사상 최대로 불어났을 때보다 많아졌다는 것은 코스피가 지난 나흘간 반등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차거래 주식 수가 늘었다는 것은 최근 상승세가 단순히 기술적 반등이라고 보고 1900선 초중반이 한계라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5일 이후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서 헬스케어·필수 소비재·화장품·의류 등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업종 대차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규모에 비해 주가가 비싼 코스닥 성장주 등의 조정을 염려하는 시각이 유난히 강하다는 의미다.
실제 바이오·제약 업종이 주도하는 코스닥시장 대차거래 주식 수는 6억7118만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 15일 이후에만 453만주나 급증했다. 종목별로 최근 5거래일간 대차잔액이 많이 늘어난 종목은 두산인프라코어(281만주 증가) 카카오(115만주) S-Oil(112만주) 셀트리온(108만주) 미래에셋증권(83만주) 삼성중공업(82만주) 등이다. 원래 대차거래와 공매도가 활발했던 조선·기계·정유 등 중후장대 업종 대형주 말고도 카카오·셀트리온 등 코스닥 종목들이 새로 포함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씨젠 씨케이에이치 오스템임플란트 에이블씨엔씨 등 헬스케어와 화장품주가 눈에 많이 띈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같은 종목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점수(프리미엄)를 받으면서 주가가 오르는 성장주인데 현재는 기존 사업에 대한 실망감에 수급 부담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면서 "이미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카카오드라이브 등 신사업 서비스가 개시되는 5~6월께까지는 당분간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장주가 당분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 리스크 프리미엄이 커지는 구간이기 때문에 바이오 등 고평가주에 대한 매도 압력은 거세지고, 대차잔액이 증가하는 양상은 이어질 수 있다"고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