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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후락한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동네였던 성수동 일대가 '강북의 가로수길'로 한창 탈바꿈하는 가운데 시세 차익과 임대수익을 노린 자산가들이 부동산 매입에 나서면서 '땅 전쟁'이 한창이다. 성수동 일대는 광화문 등 도심권과 가까울 뿐 아니라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강남권에 닿는 교통 요지다. 강남 테헤란밸리의 비싼 임대료 대신 비교적 임대료가 싼 성수동 일대로 사무실을 옮기는 기업들도 함께 늘면서 원빈과 권상우 같은 연예인까지 잇달아 건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성수동1가 준공업지역 저층 빌딩 매매가는 3.3㎡당 최고 4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000만원가량 뛰었다. 1층짜리 단층인 주물 공장이나 지상 4~5층짜리 상가가 대부분인 이곳 빌딩은 주로 1980년대, 오래된 건 1970년대에 완공된 것도 많아 건물 가치가 없고 빌라처럼 '대지지분'으로 거래되는데 최근 몰리는 수요 탓에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 중이다. 중소형 빌딩 전문 거래업체인 알코리아에셋 황종선 대표는 "대지면적 330㎡(100평) 이하 작은 땅은 평 단가가 3500만원에서 4000만원 선에서 손바뀜된다"며 "그보다 큰 땅은 3000만원 초반에 거래되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많다 보니 호가가 400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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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지식산업센터와 옛날식 저층 상가가 공존하는 성수동 일대에 최근 개발 붐을 맞아 건물 신축이 한창이다. [김호영 기자] |
낡은 공장이 즐비하던 성수동은 최근 4~5년 새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한 지식산업센터의 메카로 재개발되면서 근로자들을 배후 수요로 삼는 이색상권이 형성됐다.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에는 현재 SK와 코오롱 등이 지은 지식산업센터가 40여 곳에 달한다. 이는 서울 전체(약 190곳)의 20%에 달하는 숫자다. 주물 공장 등 제조업 중심이던 성수동 공장촌 주력 업종도 정보통신(IT) 등 첨단 산업으로 바뀌었다.
젊은 근로자가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커피숍, 소규모 패션잡화점 등이 잇달아 둥지를 틀었다. 이 덕분에 성수동 일대는 '제2의 가로수길, 경리단길'이라는 별명이 붙은 쇼핑 명소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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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급작스럽게 가격이 뛴 만큼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매매가가 단기간에 뛰어 임대수익률이 기대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며 "과열 조짐을 보이는 만큼 숨 고르기가 필요한 곳"이라고 진단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