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 수장에 오른 이진국 신임 사장 내정자(60)는 최근 전화통화에서 "20여 년간 금융회사에서 일하면서 얻은 나만의 경영철학을 토대로 회사를 이끌어가겠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 내정자는 경쟁사인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출신으로 하나금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된 인물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이번 인사는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특히 하나금융투자가 그룹 내부에서 하나은행 다음으로 규모가 큰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 내정자는 "금융투자업계에는 아군과 적군이 없다"며 "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상생'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내정자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오히려 하나금융투자가 지향하는 목표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법인영업 본부장, 리테일사업 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증권 전문가인 데다 수년간 하나금융그룹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내정자는 향후 경영 방침에 대해서는 '고객'을 1순위로 꼽았다. 그는 "고객 중심의 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며 "단순히 손익을 관리하는 리스크 관리와 별개로 고객을 보호하는 '질적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고객 자산 증식이라는 증권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길만이 급변하는 금융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를 아우르는 통합 금융솔루션(PCIB)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그동안 많은 증권사들이 IB와 WM을 놓고 시장 여건에 따라 돈이 되는 수익원에 집중해온 것과 달리 여러 사업 분야의 조화를 이뤄 성과를 내는 데 목표를 두겠다"며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통합 금융솔루션은 올해 들어 하나금융투자가 가장 역점을 둔 사업 중 하나다. 예컨대 증권사 IB 부문에서 유망 자산을 발굴하면 WM 부문에서 이를 상품화해 은행과 증권사의 개인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신한금융투자가 PWM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상황이어서 이 내정자 취임 이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이 내정자는 신한금융투자에 24년간 재직했다. 2002년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 합병 당시에는 조직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2년간 하나금융투자(당시 하나대투증권) 사외이사를, 지난해부터는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았다. 취임식은 오는 23일이다.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