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의 단기 채권 선호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회사채 투자를 기피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장기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롯데케미칼이 총 6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만기가 짧은 2년물과 3년물에는 대규모 자금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만기가 긴 5년물과 10년물에는 투자하겠다는 수요가 적어 미매각이 발생했다.
2년 만기 회사채에는 발행 예정 금액(1000억원)의 2배가 넘는 2100억원의 투자 주문이 들어왔고 20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인 3년 만기 회사채에는 13개 기관투자가로부터 350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반면 2000억원을 모집한 5년 만기 회사채에는 15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들어오는 데 그쳐 500억원이 미매각됐다. 10년 만기 회사채에도 1000억원 발행 예정에 60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회사채 발행시장(DCM)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이 AA+에 달할 만큼 우량한 회사지만 최근 SDI케미칼 인수 부담 등으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졌다"며 "자산운용사나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신용등급 하락 리스크를 안고 5년 이상 중장기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
그는 "대규모 인수·합병과 투자 자금 소요로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추가 발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수요예측 결과는 회사 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시장에서도 단기 채권만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거래된 회사채 중 70%가 만기가 3년 이하로 남은 채권이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