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민연금·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주식 자금을 위탁운용 중인 자산운용사에 벤치마크(BM)로 사용되는 지수 복제율을 새롭게 설정해 통보했다.
BM지수복제율(이하 BM복제율)이란 펀드 성과를 비교하는 기준이 되는 지수의 모델포트폴리오 유사도를 의미한다.
현재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위탁을 맡기고 있는 유형은 순수주식형, 대형주형, 중소형주형, 사회책임투자(SRI)형, 장기투자형, 액티브퀀트형, 배당주형, 가치형 등 총 8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운용 전략의 일환으로 일부 유형에는 BM복제율을, 다른 일부에는 스타일 투자 기준을 혼재해 제시해왔는데 이번에 BM복제율로 기준을 일원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시작된 배당주형은 당시 운용사 선정 시 연금이 만든 'NPS(국민연금)-KRX 배당지수'의 복제 비중을 70% 이상 요구하고 나머지 한도 내에서 매니저의 재량으로 초과 수익을 추구할 것을 주문했다.
배당주형은 이번에도 기본 복제율 70%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 선정된 가치형 위탁운용사들은 'NPS-MSCI 가치지수' 복제 비중을 최소 50% 이상 유지하도록 했는데, 내년부터는 비중이 60%로 확대된다.
최근 생긴 앞선 두 유형 외에 BM복제율을 제시받은 유형은 장기투자형이 있다.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장기투자형은 그동안 BM인 코스피 대비 복제율을 최대 40%대 정도만 유지하면 됐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으로 장기투자형의 BM복제율은 최소 50% 이상으로 상향됐다.
그 외 유형들은 BM복제율과 취지는 비슷하지만 다소 다른 기준을 사용해왔는데 이번에 일괄적으로 기본 BM복제율을 제시받았다. 위탁자금 중 비중이 많은 순수주식형의 BM은 '코스피-코스닥100'의 합성 지수다. 국민연금은 향후 순수주식형 운용사에 BM복제율을 최소 50%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코스피100을 추종하는 대형주형도 기본 BM복제율이 50%다. SRI형의 경우 BM인 코스피 복제율이 60%까지 늘어난 반면 중소형지수를 BM으로 사용하는 중소형주는 최소 BM복제율 20%를 부여받았다.
이번 개편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전보다 더 BM 지수에 충실한 투자 전략을 취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 중 국내 주식 투자액(올해 1분기 기준)은 97조5000억원이다. 이 중 위탁 비중이 47.5%로 46조원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국내주식 부문의 성과 개선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연금의 최근 3년(2013~2015년) 수익률은 4.7%지만 자산군 중 국내주식만 유일하게 마이너스(-0.44%)를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소 BM 수준만 유지하면 최근 부진한 성적보다는 좀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펀드매니저들은 기존에 비해 투자 운용 전략을 짜는 데 더 많은 제한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유행을 따르는 투자가 만연하면서 유형별 차별성이 거의 없었다"며 "BM복제율을 상향한 것이 결과적으로 연기금의 분산 투자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