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코스피는 6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소위 ‘박스피 장세’에 머물러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대형종목으로 구성된 S&P500은 지난 2011년 7월 18일 종가가 1345.02에 불과했지만 이달 11일에는 2137.16으로 5년만에 지수가 58.9% 급등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2130.48에서 1991.23로 오히려 6.5% 하락했다. 단기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S&P500과 달리 코스피는 지난 2011년 중반 이후 6년째 1800과 2100 사이에서 횡보 중이다. 전날밤 S&P500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12일에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192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국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940억원과 48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에따라 코스피는 겨우 전날보다 2.69포인트(0.14%) 오른 1991.23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는 지난 2011년 4월 27일 장중에 기록한 2231.47이다. 현재 코스피 수준은 사상 최고치 경신은 커녕 52주 최고점인 2101.22에도 크게 못미친다. 코스피 상단을 돌파할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기관 매물과 펀드 환매 물량 때문이다.
똑같은 글로벌 증시 환경에 노출돼 있음에도 S&P500과 코스피가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달러 강세가 예상됨에 따라 전세계 자금이 미국 증시로 몰려든 영향도 크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기업에도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며 “올해도 글로벌 자금은 선진국 주식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 유럽·일본 비중을 줄이고 미국 비중을 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은 올해 실적 기대감도 큰 편이다. 지난 1분기까지 미국 상장사 이익총액은 계속해서 전년동기 대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국내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유가가 바닥을 찍고 올라옴에 따라 발생하는 기저효과도 3분기 실적 기대감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 2월 30달러 아래로 내려갔던 국제유가가 오는 3분기에 40~50달러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보여 미국 에너지기업 실적이 전분기 대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 상장사들이 매출 성장세가둔화되고 있어 증시가 박스권 상단을 뚫지 못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상장사들의 매출은 몇년 째 같은 수준을 맴돌고 있는데 유가 및 금리 등 비용 측면이 감소하면서 이익 수준만 향상됐다”며 “이같은 낮은 성장성은 한국 증시가 제값을 받지 못하게
화장품·바이오 등 일부 업종에서는 고성장을 구가하는 종목들도 적지 않지만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지수 상승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전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배당 수준도 외국인 장기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큰 매력을 못느끼는 이유로 꼽힌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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