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된 100여일 동안 롯데그룹주의 시가총액 규모가 2조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롯데 수사가 마무리되면 투자심리는 다소 회복될 수 있지만 롯데그룹주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어서 주가 반등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부터 전날까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롯데정밀화학, 롯데손해보험 등 롯데그룹 8개 상장사의 총 시가총액은 25조4024억원에서 23조3863억원으로 2조161억원(7.9%) 감소했다.
지난 6월 10일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시작된 이래 전날까지 70거래일 동안 매일 288억원 가량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셈이다.
8개 상장사 가운데 유일하게 롯데케미칼만 주가가 올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롯데케미칼 주가는 수사 개시 전 26만원선에서 8월 초 30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나머지 7개 상장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롯데푸드로 석달여 동안 주가가 89만6000원에서 68만2000원으로 23.9%나 하락했다. 롯데칠성도 191만6000원에서 154만3000원으로 19.5% 떨어졌고 롯데제과 역시 20만9500원에서 16만9000원으로 19.3% 빠졌다. 롯데그룹의 대표종목인 롯데쇼핑도 10.8%의 하락폭을 보였다.
롯데그룹주들의 최근 주가는 신저가 부근에서 형성되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롯데하이마트가 지난 19일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고 롯데칠성은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신저가를 찍었다.
증권사의 눈높이도 크게 낮아졌다. 검찰 수사 이후로 롯데그룹 상장사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사 보고서가 무려 39회나 나왔다.
비단 상장사 뿐만이 아니다. 사상 최대 수준의 공모 규모로 주목받던 호텔롯데의 상장도 무산됐다. 당초 호텔롯데는 지난 7월 상장 예정이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사흘 만인 6월 13일 공식적으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시장에서는 검찰 조사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주가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구속으로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고 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도 신통치 않기 때문
증권가 관계자는 “SK, CJ, 한화의 경우처럼 오너 리스크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단기적으로는 낮아진 밸류에이션 덕분에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지만 중국사업 손실, 면세점 이슈,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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