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빌딩을 매수한 뒤 단기간에 가치를 끌어올려 되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사모펀드는 펀드 설정기간 내내 같은 빌딩을 보유하며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건물을 매입한지 2~3년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서울시티타워(옛 쌍용양회빌딩)가 대표적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외국계 사모펀드인 AEW캐피탈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이 빌딩을 매입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시티타워를 2030억원에 매입했는데 최근 논의되는 거래가격은 2600억원 수준이다. 단기간 높은 매매차익이 예상되자 주저하지 않고 빌딩 재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있는 퍼시픽타워도 지난 2014년 알파인베스트먼트 자금을 받아 도이치자산운용이 투자한지 3년도 안됐지만 매물로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매각 직전 단계까지 갔지만 퍼시픽타워를 인수하기로 한 공모펀드가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결국 매각이 불발됐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메트로타워(옛 GS역전타워)도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안젤로고든 자금을 받아 지난 2013년 투자했지만 지난해부터 매물로 나와있다. 현재 리조트 개발기업인 에머슨퍼시픽의 자회사 에머슨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이다.
외국계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는 "AEW캐피탈과 알파인베스트먼트, 안젤로고든은 단지 안정적인 임대수입에만 안주하지 않고 매매차익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며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보다 대체투자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오피스빌딩을 투자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내부수익률(IRR)이다. 적극적으로 매매차익을 추구해 투자한지 짧은 기간 내에 높은 수익을 거두면 IRR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김성제 코람코자산신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