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것은 올해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늘어날 것이란 예상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해소 기대가 맞물린 덕분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예상 순이익은 올해 144조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어서 배당확대와 같은 주주환원정책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나 금리 같은 증시에 영향을 주는 변수도 기업 실적을 흔들만한 악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국내 주식시장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골디락스 장세'라고 묘사하고 있다.
26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이날 시가총액 상위 30곳의 분기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30대 기업의 예상 영업이익 합계는 32조1537억원에 달한다. 작년 2분기(25조2622억원)보다 27.3% 증가한 수치다.
올 3분기는 34조8925억원으로 2분기 보다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작년 3분기 보다 무려 56.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주요 대기업 이익은 지난 1분기 이후 하반기로 갈수록 그 증가 속도가 오히려 빨라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실적 증가세를 들어 국내 주요 리서치센터장들은 다시 한번 대세 상승장을 바라보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보기술(IT) 기업 주도의 실적 장세가 본격 열렸다"며 "올 들어 주요 종목 주가가 계속 올라 부담스럽다고 느끼지만 기업 이익 증가폭이나 속도, 해외 주요 증시를 고려해본다면 여전히 저평가됐고 정치 상황이나 금리, 유가와 같은 증시 주변 변수가 악재라고 보기 어려워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3조1189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61%나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이익도 13조7773억원으로 2분기 보다 늘어 계절적 영향을 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넘고 있는 것이다.
2분기 이익 예상치는 애플(11조9000억원)이나 인텔(4조3000억원)을 능가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은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작년 보다 7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2조9467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무려 6.5배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이익은 11조7187억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반도체 '투톱'이 국내 대기업 이익의 1,2위를 나란히 기록해 올해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IT주는 기존 수요만으로도 호황인데 인공지능 등 새 수요가 추가돼 반도체 사이클 수혜를 당분간 누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IT주가 이날 코스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경신에 한몫한 것이다. 올 3분기 예상 이익 기준으로 보면 이들 IT 투톱과 함께 LG디스플레이, LG전자도 전년 동기대비 이익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을 거친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의 실적개선 가능성에 비중이 실리고 있다. 중국의 수급여건이 개선될 조짐이 있는데다 올 상반기 수익성 악화 원인이던 원재료 가격 상승추세도 하향 안정화 추세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엔 철광석을 포함한 주요 원재료의 가격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며 "건설·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를 통한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하반기부턴 중국 내 철강 수요를 견인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은 4조3861억원으로 작년 보다 54%나 늘어날 전망이다. 연간 기준으로 올해 이익이 작년 보다 하락하는 기업은 분석 대상 30곳 중 4개 기업에 불과하다. 올해 30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129조 7608억원으로 작년 보다 4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고점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실적 대비 저평가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MSCI코리아지수의 주가수익비율(12개월 선행 PER)은 9.4배다. MSCI아시아지수(일본제외) PER이 13배인 것에 비하면 한국주식이 여전히 싼 편에 속한다는 얘기다. 주변 변수도 우호적이다. 올해 하반기 유가는 현재 수준에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유가전망치를 내놓은 해외기관 20곳의 WTI(서부텍사스원유) 예상치는 3분기 54.3달러 수준이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유 소비확대를 주도해 온 중국과 미국 수요가 정체된 모습"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지 않는 이상 60달러를 웃도는 유가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의 경우 하반기에 인상속도가 상반기보다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동민 교부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은 예상과 달리 높아지지 않고 하락하는 양상"이라며 "고용시장 회복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의 구조적 하락에 따라 임금인상 압력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일호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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