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거래가 끊기면서 집값이 안정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집값 급등이 불가피하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행정이다."
8.2 부동산 대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같은 말로 요약된다. 공급 확대 대책이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시장 수요에 턱없이 못미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금융규제 강화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고 갭투자를 활성화시켜 단기적인 시장안정 효과조차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2일 매일경제는 10인의 부동산 시장 전문가에게 8·2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다양한 시각을 반영할 수 있도록 금융업계, 학계, 부동산업계, 분양대행사, 디벨로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조사 대상에 골고루 포진시켰다.
전문가들은 세제와 청약, 거래 시장 전반에 걸쳐 투기수요 억제책을 내놨기 때문에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일단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일시적으로 주택거래가 주춤해지고 청약경쟁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 무주택자의 경우 기존 주택을 사는 것보다 분양시장에 노크해 보는 것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번 대책은 당초 예상 수준을 뛰어넘는 고강도 종합대책으로 시장에 주는 파급효과는 6.19대책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막연한 투자보다 거주 가치를 중시하는 새 트렌드가 예상된다"며 "기존의 주택시장 투자자들은 월세수입이 잘 나오거나 주거환경이 탁월한 주택 몇 곳에만 압축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 진정 효과는 오래 가기는 어렵다는 게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을 제외한 9명의 일관된 설명이다. 투기 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중장기적인 공급 확대나 전월세 안정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양도세 강화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양도 금지 등의 규제는 오히려 공급을 축소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도세가 강화되면 기존 집 보유자들은 매도를 하지 않은채 계속 보유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보유세 인상이 없었기 때문에 보유에 대한 부담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또 조합원지위 양도금지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을 떠안게 된 재건축대상 아파트의 현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미뤄버릴 공산이 크다. 이는 모두 주택 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 외 투자처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일단 수요자들이 거래를 멈추고 시장을 관망하겠지만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인위적으로 수요를 억누르면 나중에 오히려 시장이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등 일부지역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등 정비사업 규제 강화 때문에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돼 내년에 다시 가격 급등 현상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투기 억제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금융규제 강화로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면 임차 수요가 증가해 전세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오히려 갭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양도세 상승으로 갭투자자들이 유동성 문제를 겪을 수도 있지만 이는 임대 사업자 전환이나 전세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며 "재건축 아파트 가격만 좀 안정되고 기존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컸다.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 경기도나 인천의 주택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과거처럼 서울에서 먼 지방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분당·판교 등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지역에 투자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기존 분양권 가격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원 내외주건 이사는 "시중 유동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들 자금은 반드시 대체투자처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며 "투기과열지역 등 강력한 규제정책이 적용되는 지역과 맞닿은 지역 또는 해당 규제지역의 꼬마빌딩 등 기타 부동산 상품으로 유동자금이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함 센터장은 "역대급 초고강도 대책을 전방위적으로 발표한데다 이미 주택시장이 서울, 세종시 등 일부지역으로 수요가 국지화된 상황이라 지방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며 "오피스텔 시장까지 규제를 강화한 상황이라 수익형 부동산 풍선효과도 미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을 정부가 잘못 짚고 있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집값이 오른 것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자금 때문인데 단지 투기수요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고 진단한 것은 명백한 오판이라는 것이다. 김승배 대표는 "강남에서
[용환진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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