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문 닫아야 할 판 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은 끝났습니다."
10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신반포3차·반포경남 재건축 조합이 9일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자 8·2대책에 따라 이날부터 매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인근 A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이 완공되고 입주할 때 까지 거래가 안된다고 보면 된다"며 "빨라야 3년인데 5년이 될 지 10년이 될 지 기약이 없어 수입 없이 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하다"고 분통 터뜨렸다. B중개업소 관계자도 "정부가 도대체 어떤 파장이 일어날 지 생각도 안하고 대책을 발표한 것 같다. 8·2대책은 일자리 말살 정책이다"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역시 거래가 중지된 개포주공 1단지 인근 C중개업소 관계자도 "앞으로 월 임대료 250만원 등 사무실 유지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조합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재건축 예정단지나 기존 아파트 단지 등 거래가 가능한 지역에선 정부의 합동단속이 들이닥쳤다. 중개업소들은 다주택자 세무조사의 일환으로 특정 중개업소를 타깃으로 한 것인지 불법 거래를 잡기위한 무작위 조사인지 몰라 일단 문 닫고 보자는 분위기다.
단속이 재개된 압구정동의 C중개업소 관계자도 "거래가 아예 중지된 개포, 반포 재건축 단지 중개업소들 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면서도 "앞으로 거래가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당국의 단속이 집중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동구의 공인중개업소들도 단속을 피해 일제히 문을 닫았다. 최근 강동구에서는 아파트 재건축이 한창인 단지가 많아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입주권 매매업무가 전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치는 폐업을 고려할 만큼 치명적인 규제다.
고덕 주공2단지 인근의 D중개업소 대표는 "앞으로 입주권 매매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8.2 대책 이전 계약분도 강화된 LTV·DTI 규제가 적용돼 기존 거래마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며 "명백한 소급입법 아니냐, 공산주의와 뭐가 다르냐는 등 강동 시장 분위기가 최악"이라고 전했다.
거래가 장기간 이뤄지지 못하면 정부가 의도한 집값 안정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실의 E 중개업소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통과 못하면 가만히 나눠도 떨어질 단지들이 있었다"며 "거래가 안되니 가격이 떨어질 매물마저 시장에서 치워버린 격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가격 상승을 잡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보냈지만 너무 복잡한 규제와 함께 '거래절벽' 사태를 맞아 국민들에 정책이 제대로 전달도 안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거래 중지로 경제가 멈춰버리게 되고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가 중지되면서 경제가 순환하지 못하고 팔 때 팔지 못하고 살 때 사지못해 막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며 "예상치 못하게 가격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기자 / 용환진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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