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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된 이후 6개월 동안 삼성전자 경영에 차질을 빚은 적은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신규 사업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금융당국·삼성증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저녁 삼성증권에 대한 발행어음(단기금융) 신사업 인가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삼성증권에 통보했다. 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게 이유다.
삼성증권 다음날인 10일 공시를 내서 "지난 7월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대주주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로 인해 심사가 보류될 것임을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의 적격성이 인가 요건에 포함된다"면서 "삼성증권의 경우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인가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심사 보류가 통보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삼성증권은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관련 '기관경고'를 받은 터라 발행어음 인가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해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 재판의 불똥이 직접적으로 증권업에 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실 이 부회장은 삼성증권 지분이 하나도 없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을 12만주(0.06%)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20.76%를 보유한 이건희 회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판단은 달랐다. 삼성생명의 경우 개인 최대주주가 이 회장(20.76%)이지만 이 부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삼성물산,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삼성생명 지분을 합치면 모두 26.3%로 이 회장보다 많다. 사실상 최대주주라고 본 것이다.
당장 연말 초대형 IB 출범에 모든 사업계획을 집중시켰던 삼성증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대형 IB는 '지정' 사항이기 때문에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을 넘는 증권사에 대해 요건만 갖추면 지정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초대형 IB가 하게 되는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 사업은 감독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삼성증권이 초대형 IB 지정을 받는다 해도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지 못하면 사실상 몸집만 비대해진 공룡 증권사가 돼 할 수 있는 사업이 별로 없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을 4조1000억원까지 높여 놓은 상태다. 초대형 IB로 지정받아 단기금융 업무를 시작하겠다며 종합투자금융팀을 신설하는 등 인력 확충까지 끝마친 상태다. 당장 사업이 좌초하게 되면 늘어난 자본금만큼 수익을 못 내게 돼 주주들 공격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번 심사 보류로 이 부회장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증권의 초대형 IB 출범은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25일 결심공판이 나오더라도 추가로 상급 법원 항소심이 진행될 경우 사업 차질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특히 현행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형 집행이 모두 끝난 뒤 5년 뒤에나 금융당국의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요건 심사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