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드루 앙 블랙록 '팩터투자' 전략팀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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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밀어닥치면서 금융업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직업군 중 하나가 펀드매니저다. 정보가 많은 액티브 펀드매니저들이 비싼 수수료를 받고 자산을 불려주던 시절은 지나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상장주식펀드(ETF)를 싸게 사고파는 패시브 펀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패시브 펀드 시장은 분류 방법에 따라 지역이나 섹터, 사이즈 등 수십~수만 가지가 있다. 이머징마켓 중소형 주식에 투자하는 ETF부터 선진국 정보기술(IT) 회사 채권에 투자하는 ETF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자산이 ETF로 거래된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이런 상품에 자산을 최적 배분하면 시장수익률 정도는 꾸준히 나와줘야 한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도 잃는 사람은 잃고 버는 사람은 번다.
이 문제를 파고든 게 '팩터 투자(factor investment)'다. 패시브 시장에서 추구하는 기본적인 시장수익률(베타)은 당연히 가져가면서 투자자 역량에 따른 추가 수익(알파)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만들어진 투자법이다. 쉽게 말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소(팩터)를 위주로 자산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가령 '밸류' 팩터 투자는 부실기업이나 성장주를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모멘텀' 팩터 투자는 지속적으로 성과가 좋은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모멘텀 팩터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실적을 보고 과감히 투자한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흔히 접하는 스마트 베타 ETF 상품도 팩터 투자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글로벌 운용시장에서는 패시브 시장의 선두주자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산(5조9000억달러)을 갖고 있는 블랙록자산운용이 팩터 투자법에서 선두다. 통계학자로 시작해 팩터 투자만 연구해오던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의 재무 담당 교수 앤드루 앙 박사(사진)를 3년 전 영입해 블랙록이 운용하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팩터 중심으로 재점검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초기지만 결과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이미 캐나다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글로벌 초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팩터 투자를 받아들이면서 자산을 재편해가고 있다. 기존에 지역이나 섹터에 기반해 자산을 잘 배분해오던 기관들조차 시장 위험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수익을 꾸준히 낼 수는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팩터 투자 수익률이 좋았을까? 당장 지난 3분기만 봐도 팩터 투자 수익률은 월등히 높았다. 전 세계 주식시장을 모두 담은 MSCI월드지수의 지난 3분기 수익률은 4.8%였지만 모멘텀 팩터 투자법을 이용한 MSCI월드모멘텀지수의 수익률은 7.3%에 달했다. 연간으로도 월드지수가 18.2% 수익을 낼 동안 모멘텀지수는 22.3% 수익을 올렸다.
7일 방한한 앙 박사는 "한국에서도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팩터 투자 기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문의가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기존에 갖고 있던 모든 자산군을 팩터 기반으로 다시 재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일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대형주만 하던 주식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기술주를 커버하던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합쳐 팩터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 팩터 투자 시장은 S&P500지수 운용자산의 1% 정도(스마트베타 ETF 기준)로 아직 미미하지만 대형 기관투자가 헤지펀드 등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향후 20~3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앙 박사는 또 다양한 팩터 투자법 중 모멘텀 팩터가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