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차등 채용'이 은행권 채용비리의 주요 혐의로 떠오르면서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은 KEB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비리 특별검사 현황 발표에서 "동일한 직무임에도 남녀 차등 채용을 계획적으로 추진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며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검찰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3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때 남녀 채용 비율을 4대1로 미리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여성 서류전형 합격자의 커트라인 점수가 남성 합격자 점수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이 구속기소한 KB국민은행 인사 담당 팀장의 혐의 가운데 하나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2015년 상반기 채용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 100여 명의 서류전형 점수를 여성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줬다는 것이다.
남녀 채용 비율이 연달아 문제가 되자 은행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남녀고용평등 문제는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던 주제지만 지금처럼 은행이, 그것도 대규모 채용비리 사태와 맞물려 연루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잇단 담당자 구속을 보면서 인사부서는 납작 엎드리는 분위기"라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올해 진행할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 점수를 조정하는 배짱 좋은 은행은 없을 것"이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한 은행 인사 담당자는 "신입사원들에게 기대하는 업무 능력은 단순히 학점이나 면접 점수만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남녀 성비는 각 은행이 그동안의 인사 경험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