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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현대차그룹처럼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오너들이 작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오너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SDS를 활용해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높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SDS와 전자의 사업 시너지 효과가 높아 합병할 것이라는 의견도 다시 힘을 얻는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 2.13%를 주식시장 마감 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전량 매각하면서 삼성도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시작했다.
향후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각각 2.64%, 1.38%)을 매각하면 이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해소된다. 결국 삼성은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로 단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삼성그룹 연간 영업이익 중 90% 이상을 책임지는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의 지배력이다. 주요 오너인 이건희 회장(3.9%)과 이재용 부회장(0.6%)을 비롯해 삼성화재(8.2%) 등 각종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3%에 그친다. 이날 외국인 지분율은 52.2%다.
오너 일가 입장에선 지배구조 개편 이후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향후 배당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은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며 "삼성SDS가 과거 사업을 분할하려고 했던 것도 이런 차원의 접근"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단짝'으로 삼성SDS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두 업체 간 시너지 효과가 높고, 삼성SDS 최대주주가 삼성전자(22.6%)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SDS의 연간 매출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을 새로 깔거나 공장을 지으면 삼성SDS는 관련 전산망 매출이 덩달아 증가한다.
이날 삼성SDS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종목의 삼성전자 관련 매출(해외 법인 및 종속법인 포함)은 2015년 5조3000억원에서 작년 6조8000억원으로 2년 새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 7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삼성SDS가 올해 사상 처음 매출 10조원 돌파를 예고한 것도 연간 매출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덕분이다.
이 같은 사업 연관성 덕분에 두 업체의 합병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삼성SDS의 사업을 분할한 후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 지분(9.2%)과 삼성전자 지분(0.6%)의 스왑(교환)을 거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최근 두 상장사의 주가 흐름도 합병설이 다시 나오는 계기가 됐다. 삼성SDS 주가는 작년 4월 17일 이후 이달 16일까지 72% 상승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 2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오너 입장에선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장사 가치가 올라갈수록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줄기 때문에 두 업체의 주가 흐름은 우호적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구속 사태와 최근 외국인 등 주주들 목소리가 커지면서 오너 위주의 분할·합병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대신 '정공법'을 택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 지분을 높이기 위해 보유 중인 현금이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이 경우에도 삼성SDS의 지분 가치가 높아져야 오너들은 유리하다.
이럴 경우 삼성SDS는 오버행(대량 대기 매도 물량) 악재를 겪을 수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SDS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기고 삼성생명 등 보험사가 갖고 있는 지분을 흡수하는 순서를 밟게 되는 셈이다. 실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시작된 지난 10일 이후 16일까지 삼성SDS 주가는 4.7%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지배구조 개편과 상관없이 삼성SDS는 실적 개선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
배당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2015년 주당 500원이던 현금배당은 작년 2000원으로 2년 새 4배 증가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